"버지니아州, 한국기업에 매력적인 시장"

    입력 : 2010.10.13 03:02

    한국계 제임스 리 美 버지니아주 상무부 차관
    '美 태권도 대부' 이준구씨 장남 "교육 중시한 아버지 영향 받아…
    에너지·생명과학 분야 기업들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성공할 것"

    제임스 리 차관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과 관련,“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가 나오기만 기다려서는 하청 정도로 끝날 것”이라며“자기 강점을 적극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고 장악하려는 주도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미국 버지니아주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규모와 활약상을 보면 한국의 20배가 넘습니다. 최근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어요."

    미국의 50개 주(州) 정부를 통틀어 한국계로는 최고위급인 제임스 리(Rhee·한국명 이형모) 버지니아주 상무부 차관이 방한했다. 미국서 45년간 태권도를 가르쳐온 '태권도 대부(代父)' 이준구 사범의 장남이다. 그 역시 중·고교 때 학교대표 운동선수로 활약했고, 현재 태권도 5단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뉴욕, 캘리포니아 같은 곳만 볼 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조달 시장이 있고, 기업 인프라도 완비된 동부 지역을 적극 공략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버지니아는 펜타곤(국방부)이 있어서 정부조달 시장만 연간 수백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낮은 세금, 안정된 노사관계, 폭넓은 중산층을 갖춰서 한국 기업에 아주 매력적인 시장일 겁니다."

    리 차관은 서울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아버지보다 7년 후인 1970년대 초 미국으로 가서 존스홉킨스대 MBA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마쳤다. "교육을 강조하신 부모님 덕입니다. 아버님은 미국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면서 모든 지원자에게 학교 성적표를 갖고 오라고 요구했어요. B+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접수조차 받지 않았죠."

    리 차관은 "아버지는 브루스 리, 척 노리스 같은 무도(武道)인들을 집으로 불러 막역하게 사귀었지만 평생 술 한 방울, 담배 한 개비 피우지 않고 태권도에만 집중하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셨다"고 했다.

    그는 무선통신,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그리고 컨설팅펌 등을 운영하면서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가 올해 초 그를 임기 4년의 상무부 차관으로 발탁한 배경이다.

    "버지니아주는 생명과학과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 인접한 북부 버지니아는 1인당 연소득이 9만달러가 넘는 미국 내 최상위 지역이죠. 에너지·생명과학·유통·식품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 유망할 겁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의 성공 비결과 관련, "내 개인의 이익보다는 '상호이익'이 되도록 힘썼다"며 "직장생활에서도 항상 나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지니아주 일대의 많은 한인이 지원해주신 덕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