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트라우마

〈제12보〉(141~155)=한평생 사는 동안 후회되는 대목이 하나도 없었던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한 점 후회 없는 바둑 한 판을 완성하는 게 모든 프로기사들의 꿈이지만 쉽지 않다. 이긴 판은 그래도 승리감으로 상쇄할 수 있는데 진 바둑의 실수는 너무도 뼈아프다. 특히 결정적 장면에서 빗나간 한 수, 패배의 장본이 된 일착은 승부사들에게 평생 트라우마(정신적 외상·外傷)로 남는다.

141. 퉈자시는 아마도 이 수를 영원히 머리에서 지우지 못할 것이다. 우선 실전부터 보자. 백은 142로 패(覇)를 해소했다. 흑이 우하 쪽 피해를 벌충하려면 좌상귀 백을 최대한 괴롭혀야 한다. 143, 147이 모두 호수(好手)지만 백도 148이 선방(善防)이어서 또다시 패로 생사를 결정짓게 됐다.

다시 141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흑엔 참고도 1의 팻감이 있었다. 너무 무지막지해 차마 떠올릴 수 없는 수. 이것이라면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7까지의 대교환이 쌍방 최선. 이랬으면 흑 승이었다. 팻감이 떨어진 흑은 좌변을 살려주고 대신 153과 155(상변이 살아갔다)를 얻었지만 참고도보다는 크게 미흡하다. 숨 가쁜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