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내 작품에 부산은 늘 관심 가져"

"부산영화제는 늘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줬습니다. 제 영화는 워낙 특이해서 '과연 누가 내 영화를 이해해줄까' 할 때도 있는데, 부산에는 특이한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올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대만의 차이밍량(蔡明亮·53) 감독을 13일 해운대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애정 만세'(1994)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세계 영화제에서 수차례 인정받았다. 난해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소수의 열광을 받는 작가주의 감독이기도 하다.

"저는 현재 영화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영화는 재미도 없고 가치도 없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인류를 오염시킵니다. 산업적 생산물에 불과하죠. 어떨 때는 '영화 없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정말 행복한 곳'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는 최근 중국의 대작이 영화의 내용 대신 '5억위안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으로 영화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올 초 대만미술관은 그의 단편영화 '잇츠 어 드림(It's A Dream)'을 300만 대만달러(약 1억800만원)에 사들여 소장했다. 그는 "혁명적인 영화 배급방식"이라고 말했다. "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방식을 점차 늘려갈 것입니다."

그는 최근작 '얼굴'도 DVD를 단 10장만 만들어 장당 100만 대만달러(약 3600만원)에 팔 예정이다. "지금까지 3명이 사겠다고 계약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작가주의 감독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영화의 디지털화에도 반대한다는 차이 감독은 "감독들이 이른바 '35밀리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