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둑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 강자들이 줄줄이 중도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14일
대전 유성의 삼성화재 연수원서 벌어진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즈 8강전에서 전기 우승자 쿵제(孔杰)는 한국의 김지석에게, 한국 톱스타 이세돌은 중국 구리(古力)에게 나란히 흑으로 불계패하며 탈락했다.
김지석(21) 7단은 현역 세계 4관왕인 쿵제와의 대결서 대마를 방치하고 요소를 점령하는 과감한 작전으로 나간 끝에 거꾸로 흑 대마를 포획, 통쾌한 대승으로 마무리했다.
이 대회서만 세 차례 정상에 섰던 이세돌(27)도 동갑 라이벌 구리(중국 3위)와 난타전 끝에 패했다. 이세돌은 구리와의 양자간 통산 전적에서 10승 11패로, 한발 뒤지게 됐다.
한국의 신예 허영호(24) 7단은 중국 왕레이(王雷) 6단을 흑 불계로 눌러 생애 처음 국제대회 4강 고지를 밟는데 성공했다. 또 17세 소년기사 박정환 8단도 원성진 9단과의 ‘동포 대결’을 흑 불계로 장식, 최단기간 입신(9단) 가능성을 높였다.
이로써 이번 대회 4강엔 한국 3명, 중국 1명이 올라가 한국의 2년 만의 패권 탈환이 유력해졌다. 김지석 대 구리, 허영호 대 박정환 전으로 짜인 이번 대회 준결승전은 내달 1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3번기로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