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재소자 17년 기다려 결혼한 신부

14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천주교 청주교구청 경당(經堂)에서는 특별한 미사가 진행됐다. 청주교도소 수형자(受刑者)인 김모(45)씨와 이모(39)씨의 혼인성사였다. 하객은 50여명뿐이었지만 예식은 엄숙했다.

김씨는 1994년 살인사건 공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석방을 4년9개월 남겨두고 있다. 김씨는 사건 2년 전인 1992년 이씨를 만나 18년째 사랑을 키워 왔다. 이씨는 김씨가 수감된 뒤 주말마다 교도소를 찾았고, 3년 전에는 아예 청주로 이사 가서 옥바라지를 했다. 기나긴 기다림이 이날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혼인성사를 마치고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부부는 내내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남편을 처음 만나 18년을 사귀었어요. 그 중 17년의 시간을 교도소에서 사랑을 키웠죠." 이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사람이 내 남자'라는 생각 하나로 긴 시간을 기다렸다"며 "이제 부부가 됐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돼 2시간밖에 못 잤다는 김씨는 "비록 혼인식을 오늘 치렀지만 옛날부터 내 아내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뗐다. 김씨는 "교도소에 오래 있어서 사회 물정도 모르고 나 혼자 정지된 듯한 기분이라 겁도 나고 두렵다"며 "하지만 큰 욕심 없이 아내와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면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김씨는 "아내에게 '무기징역을 받아 기약이 없으니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새 삶을 살아가라'고 했는데 아내가 끝까지 내 말을 듣지 않고 '기다린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씨와 이씨는 김씨 부모님과 이길두 신부에게 인사한 뒤 신혼여행지로 출발했다. 이씨 부모는 이날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4박5일 동안 교도소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귀휴(歸休) 혜택을 받아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신혼여행을 마친 뒤 18일 오후 2시까지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김씨는 "몸이 교도소에 매여 있다보니 아내에게 눈으로 사랑을 전할 수밖에 없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들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김씨는 "결혼식을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한 집안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제가 이렇게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교도소에서 문인화(文人畵)를 배운 김씨는 그 동안 충청북도미술대전에 도전해 특선 3회, 입선 7회 수상했다. 김씨는 "상을 받으면 교도소에서 1년에 한번 두 시간짜리 접견시간을 준다고 해서 더 열심히 그렸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