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야구장도 만들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럴 듯한 야구장도 있어야 하고, 도쿄대와의 정기전도 이겨야 하고…."

서울대 야구부 탁정근(44·서울과학고 체육교사) 전 감독이 14일 서울대 개교기념식에서 '관악봉사상'을 받았다. 그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2000년 2학기부터 10년 동안 팀을 이끌다가 2주 전에 이광환 감독에게 넘겨줬다. 현직 교사인 탓에 학교 일 때문에 야구부 연습에 빠질 때가 많아졌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전문가 지도를 받게 하고픈 마음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다.

탁 감독은 '만년 꼴찌, 전패(全敗)팀'이던 서울대 야구팀으로 1승(2004년)을 일궈낸 바 있다. 이에 대해선 백전노장 이광환 감독도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나도 자신 없다"며 "탁 감독이 자기를 희생해 가며 이룬 업적"이라고 말했다.

탁 전 감독은 무보수로 감독을 맡는 동안 개인 돈을 7000만원 정도 썼다고 한다. 특별 초빙한 프로야구 출신 코치의 봉급, 그리고 지방 합숙훈련비도 거의 모두 탁 감독이 댔다.

"역시 스포츠는 전문가의 지도와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현재 학교와 동창회가 1년에 900만원씩 지원해주는데, 억(億)대에 달하는 다른 대학 야구부에 비하면 너무 열악합니다."

탁 감독은 "2004년 서울대·베이징대·도쿄대와 북한 김일성대 야구부가 겨루는 4개국 친선경기를 러시아에서 개최하려다가 북한이 '미국 대선(大選) 1주일 전에 경기를 열자'고 요구해 무산된 적이 있다"며 "이젠 야구부를 떠났지만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동료·후배를 사랑하고 협동과 배려의 리더십을 키우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서울대는 봉사활동으로 학교를 빛낸 학생 4명에게도 '관악봉사상'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