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 변화 주도하는 한국, 놀랍군요"

"아시아 영화는 세계 영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영화가 이 변화의 선두주자입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는 놀라울 만큼 발전했습니다."

미국의 거장 올리버 스톤(64)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와 1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플래툰', '닉슨',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주로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1987년 발표한 영화 '월스트리트'의 속편 격인 새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를 들고 방한했다. 금융 범죄로 복역한 뒤 출소한 주인공이 다시 탐욕을 드러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동호 위원장의 마지막 게스트로 부산에 오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한 그는 "부산에 1990년대 말 한 번 왔었는데 지금 보니 굉장히 변했다"고 했다. 이날 그는 회견 직전에 핸드프린팅 행사도 가졌다. 그의 오른손을 본뜬 부조는 부산 남포동 PIFF광장에 놓인다.

"1987년 개봉한 '월스트리트' 속의 금융 사기꾼은 지금 세계경제의 주류가 됐습니다. 그런 시스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그렇지만 감옥에 간 사람도, 해고된 사람도 없습니다. 이것은 현대사회가 앓는 일종의 질병입니다. 이런 현상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1996년 한국인 정선정씨와 결혼해 딸을 하나 둔 스톤 감독은 "내 아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한국인이 늘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한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은 국가의 크기나 자원을 고려할 때 정말 놀랍게 발전한 나라이고, 미국에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나라"라고 말했다.

새 영화에서 사악한 증권브로커를 묘사한 스톤 감독은 "나의 아버지 역시 15년간 증권브로커로 일했다"며 "대부분의 증권브로커는 정직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문제는 탐욕이며 이것이 은행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저축해도 이자를 1%밖에 주지 않는 시스템이 세계경제를 위협합니다." 그는 "그렇지만 영화는 누구를 단죄하지 않은 채 끝난다"며 "나는 현실을 묘사하고, 판단은 관객이 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