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무용수들의 몸짓 "내 몸의 다른모습 발견했죠"

    입력 : 2010.10.15 03:02

    장애인·비장애인들, 처음으로 함께 한국창작무용 공연
    “치료와 연습 병행하면서 너무 아파 눈물 흘리기도… 끝까지 포기할 순 없었죠”

    장애인들과 윤덕경무용단 소속 무용수들이‘하얀 선인장’을 연습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김예솔(왼쪽)·박수빈(오른쪽)씨가 무용수 오명희·박주영씨와 짝을 이뤘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13일 서울 용산문화예술회관 연습실에 장애인을 태운 휠체어 다섯 대가 굴러 나왔다. 휠체어가 음악에 맞춰 둥그렇게 모이고 흩어지는 사이, 3명의 전문 무용수가 등장해 휠체어에 기대거나 올라타며 춤사위를 만들어냈다.

    오는 16~17일 용산문화예술회관과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각각 펼쳐질 '하얀 선인장' 연습 무대다. 장애1급에서 5급의 척추장애·뇌병변장애를 가진 8명의 장애인 무용수와 윤덕경 무용단 15명이 함께한다. 공연을 이끌고 있는 윤덕경(57) 서원대 교수는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한국창작무용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장애인들은 늘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있어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 신경 쓰고 경계하죠. 그런 사람들이 몸짓을 통해 자기 감정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습니다. 자신감이 붙고 건강해져요. 음악 속에서 잠시나마 장애를 잊고 비장애인과 호흡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겁니다."

    윤 교수는 1989년 윤덕경 무용단을 창단해 순수춤예술을 공연했고, 1996년부터는 장애인의 삶을 소재로 한국창작무용을 안무해왔다.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부이사장을 맡은 후 장애인 재활을 위해 이들을 무대에 정식 등장시키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알고 지내던 장애인들에게 의사를 물었고, '우리끼리만 무대에 서면 슬픈 느낌이고 자신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교수는 장애인 무용수를 공개모집하는 동시에 자신의 무용단 소속 무용수 15명을 투입했다.

    "모집은 어렵지 않았어요. 대학생부터 50대까지, 무대에 올라본 적 없는 장애인들이 기꺼이 지원했어요. 처음엔 무용수들 틈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정작 힘든 건 이동 문제였어요. 곳곳에 무슨 계단이 그리도 많은지…. 의욕이 솟다가도 진이 빠지는 환경인 거죠."

    김예솔(23·서울대 3학년)씨는 "무용을 통해 내 몸에서 어디가 예쁘고 돋보이는지 알게 됐다"면서 "내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1급장애를 가진 장동숙(55)씨는 지난 6개월간 항암치료와 무용 연습을 병행해왔다. 그는 "몸이 너무 아파 몰래 운 적도 많지만, 내가 무너지면 '장애인은 역시 어쩔 수 없다'고들 할 것 같아 끝까지 버텼다"고 했다.

    '하얀 선인장'은 사막에서 모랫바람을 이겨내는 선인장을 통해 장애 극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용이다. 대본은 이철용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이, 배경음악은 양용준 국민대 겸임교수가 맡았다. 심훈(피아노), 고미소(첼로), 안수현(바이올린), 이은진(해금)씨가 라이브 연주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