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辛勝

〈제14보〉(181~220)=정신없이 산 넘고 물 건너다보니 아슴푸레 목적지가 보인다. 백이 간발의 차로 앞섰다지만, 그러나 언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뢰는 도처에 매설(埋設)돼 있고, 몸을 숨긴 적병들은 털끝만한 허점만 보이면 덮쳐 올 분위기다. 아직 시간이 남은 흑에 비해 오래 '마지막 1분'에 쫓겨온 백군은 숨이 턱까지 찼다. 한 판의 바둑을 승리로 마무리한다는 건 정말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

183의 파호(破戶)가 매섭다. 자칫 188을 게을리했다간 흑 '가', 백 '나', 흑 '다'로 잡은 흑돌을 몽땅 놓고 따내야 한다. 그것은 백에겐 피눈물나는 역전을 의미한다. 191은 정수. 193까지 백 1점을 잡는 것이 흑 199, 백191, 흑 '라' 백202로 되는 것보다 크다. 196의 마지막 큰 곳을 차지해선 백승이 확실해졌다.

198이 '최후의 덫'을 피한 수. 이 수를 게을리하면 참고도가 기다린다. 13까지 마치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묘기로 중앙 흑돌들이 살아가는 것(흑1 때 백8로 막는 것은 흑2를 당해 3수나 더 놓고 때려내야 한다). 완벽해 보이는 백지(白地) 안에서도 조금만 방심하면 기기묘묘한 수가 속출하고 있다. 이 바둑은 258수까지 진행된 끝에 흑이 돌을 거뒀다. 220수 이하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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