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탈북자들 강제 북송 막아야"… 중국인 40만명에 이메일 보내

"엄마, 꼭 건강해져서 (중국으로) 돌아가자."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1층, 수술실로 들어가는 중국 동포 이진우(30)씨가 어머니 차옥희(54)씨의 손을 꼭 잡았다. 긴장된 표정의 그는 "이번엔 잘될 거야"라는 말을 거듭 했다.

조선족인 이씨는 중국 베이징의 장충공정대학교 2학년이던 2002년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한 달에 네 번 투석을 받던 중 2003년 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수술은 실패로 끝났다. 낙담하던 이씨는 2005년 "한국이 신장이식 수술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 차씨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본부의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꼬박 5년을 기다린 끝에 지난 8월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하늘에서 큰 선물이 뚝 떨어진 것 같았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씨는 기증인을 기다리던 중 지난 7월부터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여기 와서야 북한 동포들이 북한땅에서 얼마나 굶주리고 고통을 받는지를 알게 됐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탈북자를 신고하는 일이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 북한 실상을 알리고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는 일이 조선족인 내가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오죽하면 죽음을 각오하고 모국을 떠나오겠느냐. 우리가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중국인 40만명에게 보냈다"고 했다. 중국 현지에 있는 조선족 친구에게 중국인들의 이메일 주소를 있는 대로 모아달라고 부탁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탈북자를 강제북송시켜야 한다"며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답장이 몰려들어 한때 이씨의 이메일 계정이 다운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간곡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자 지금은 '뜻을 같이하고 싶다'는 중국인도 꽤 많이 모였다"며 "중국 사람들이 '인권'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 조금은 안타깝지만,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신장이식 수술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밤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꼭 건강을 되찾아 중국에 돌아가면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는 시민단체를 만들 겁니다."

이씨는 14일 오후 1시 10분 신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을 위해 무균실(無菌室)에 들어갔다. 어머니 차씨는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나온 진우가 날 보며 환히 웃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