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라는 말이 더는 농담이 아닌 시대가 왔다.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건강유지만 잘하면 90세 넘게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세상에서 퇴직 이후 긴 세월 동안 뭘 하고 살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월간조선 10월호는 일찌감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 ‘인생 2모작’에 성공한 인기강사 맹명관(52)씨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비법을 전해들었다. 맹씨는 여러 회사의 마케팅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POSCO 미래창조아카데미 강사, 기아 마케팅포럼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벅스 100호점의 숨겨진 비밀’ 등 지금까지 45권의 책을 펴낸 인기저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CEO들의 기업 자문에 응하고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유명강사지만 대학생 시절 맹씨는 말을 더듬는 데다 낯을 가려 대인기피증이 있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콘도주식회사에 입사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 날 카피라이터 이만재의 글을 읽고 카피에 흥미를 느끼면서 인생행로를 바꿨다.
입사 2년 만에 한국콘도를 그만두고 1987년에 광고대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광고주들이 주고 간 물건을 월급 대신 받으며 일을 철저히 배웠다. 결혼 후에는 제약회사로 자리를 옮겨 3년간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제약회사가 최고의 직종이었어요. 홍보와 광고 일을 했는데 월급도 많고 좋았죠. 그런데 내가 사장 아들도 아닌데 나중에는 어떡할 거냐, 그런 생각을 하니 답답한 거예요. 그 회사도 3년 만에 그만두고 일본으로 갔어요. 6개월 정도 체류하면서 유명 광고회사도 견학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고서점도 돌아다녔죠. 북 센터에 갔더니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더군요. 거기서 내 이름을 걸고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일본에서 ‘카피교실’이라는 책을 발견해서 들어왔죠.”
1990년대 초에 번역한 ‘카피교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광고 카피계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건 카피가 아닌 육아일기 덕분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와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그만두고 아내 대신 아이를 키웠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기록했던 글을 모아 ‘우리들의 짱맹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 일간지에 ‘아빠의 육아일기’도 연재했다. 남자가 쓴 육아일기가 화제를 모으자 방송과 잡지에서 연이어 인터뷰 요청이 왔다. 유명세를 타면서 일도 점점 많이 들어오자 욕심이 생겼다.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마케팅 영업에 나섰지만 3년 만에 폭삭 망했다. 때마침 IMF가 터져 재기도 어려웠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화장대에 매일 2만원씩 얹어 놓고 출근하던 아내의 말 없는 격려 덕분이었다.
다시 프리랜서로 재기에 나선 그는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케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하고 여기저기 마케팅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중소기업 광고 일을 맡으면서 경험도 쌓았다.
“일하면서 자연히 여러 분야 CEO들과 친해졌는데 제가 마케팅 얘기를 해주고 그분들은 현장 얘기를 해줬어요. 나만의 생생한 콘텐츠가 쌓였죠. 소극적으로 카피라이터 일만 했다면 존재감이 없었을 겁니다.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제 영역을 점차 넓혀 갈 수 있었죠.”
대한민국에서 활약하는 수천 명의 강사 가운데 초특급 대우를 받는 이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맹씨는 ‘자신만의 영역’인 마케팅에 집중해 초특급 강사로 떠올랐다. 이제 그는 기업체와 공공기관, 각종 단체의 초청으로 강연하고 있으며 온라인에 ‘맹사부의 컨설팅 필살기(必殺技)’를 비롯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한 인기강사이다.
“새로운 것만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내 경험과 체험이 발전을 가져옵니다. 고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내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저도 한때 창업해서 큰 실패를 했지만 지금 바쁘게 사는 건 계속 한 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전문분야를 잘 닦아서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면 제2의 인생에서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기사 전문은 월간조선 10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