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新鳩未越嶺

〈총보〉(1~220)=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는 바둑에서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꼽혔다. 노장 기사들은 어린 후배들의 미숙(未熟)함 앞에서 "신구미월령(新鳩未越嶺·어린 비둘기는 재를 못 넘는다)"라며 득의만만했었다. 그러나 이후 바둑이 체계화·격렬화하면서 노장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창호 등장 이후 연소화가 빨라지더니 이제 바둑계는 20세 전후 청년들의 경연장으로 변했다.

그런데 이 바둑에선 19세 한창나이의 퉈자시가 35세로 절정기를 넘긴 이창호에게 혼이 났다. 젊은 나이가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란 것이 입증된 것이다. 퉈자시는 이 바둑에서 세 차례 승기를 잡고도 놓쳤다. 이창호라는 태산준령을 넘는 데 세 번이나 실패한 '어린 비둘기'였다.

이창호도 완벽하지는 못했다. 중반까지의 우세를 못 지키고 자칫 역전을 허용할 뻔했다. 스물 전후의 이창호였다면 126으로 참고도처럼 처리하고 손을 털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 승리로 이창호는 8강에 선착했다. 이번 LG배가 오랜 국제 준우승 징크스를 깨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122…94, 137 142…111, 140…132, 152…124, 258수 끝 백 불계승, 220수 이하 생략, 소비시간 백 2시간 57분, 흑 2시간 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