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본 현대사 남기고 싶다"

"생존자들 증언에 따르면 6·25전쟁 후 한국과 미국 정부가 기지촌을 묵인하고 성병 보건소까지 운영했대요. 그런데도 과거 기지촌 여성들은 보상은커녕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최저 생계비로 연명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의 사연이 좀 더 자세히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국제보도사진계에서 활약하는 흔치 않은 동양인이자 몇 안 되는 한국 여성이다. 6년간 미국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2004년 프리랜서로 나섰다. 그해 말 쓰나미(지진해일) 직후의 태국 상황을 보도한 사진이 '뉴욕타임스' 1면 톱을 장식했다.

2007년 가을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산모 사망을 다룬 작품으로 프랑스의 세계적 보도사진전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에서 CARE상 그랑프리를 받았다.

2008년에는 일본의 'Days Japan' 보도사진대상 1위 그리고 다시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 경쟁 부문인 '피에르&알렉산드라 불라상'을 수상했다. 그의 렌즈는 주로 분쟁지역의 고통 받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은 거의가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 기록돼 왔어요. 이제는 저처럼 보통 나라, 여성의 관점도 필요한 것 아닌가요. 여성이 인류의 반입니다. 그 반이 느낀 시각을 나머지 반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내 사진으로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고 세상을 바꾸고 싶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마음 편하다"고 했다.

"다만 몇 사람의 경각심이라도 일깨우는 데 보탬이 된다면 만족해요. 이 바람을 무덤까지 가져갈 각오로 일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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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본 현대사 남기고 싶다"

입력 : 2010.10.19 02:56 | 수정 : 2010.10.19 07:44

'아시아 여성 사진작가 15인' 선정된 정은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