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19 02:56

4회 지지옥션배 11대11 조훈현·박지은 대결 남아
역대 2대1로 시니어 우세

10월 랭킹 기준으로 한국 바둑 베스트 30의 연령 분포를 보면 10대 4명, 20대 23명, 30대가 3명이다. 오직 젊은 남성 기사들만 판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여성 기사와 40대 이상 남성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 두 '열세 집단' 중에선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왕년에 '한가락' 했던 노장들의 마음속엔 아직도 "여자 바둑쯤이야…"하는 의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여성들은 그들대로 "삼촌, 아버지 뻘 노장들에겐 절대 질 수 없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여성 비하', '노인 비하'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들 두 '열세 집단'은 지난 2007년부터 '지지옥션배'란 이름으로 맞대결을 시작했다. 그것은 앞으로 프로기사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어가야 하느냐를 내다 보는 실험 무대이기도 했다. 출전자격은 한국기원 프로들 중 여성기사 전원, 남성은 만45세 이상으로 한정했다.

4회 대회 막바지에 이른 현 시점에서 역대 대회 양상을 중간 정리한다면 시니어팀이 다소 우세하다. 시니어팀은 1회 때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쳤으나 2회와 3회 대회를 여유있게 승리, 연도별 전적에서 2대1로 앞서 있다. 4회 대회(18일 현재 11대11)까지 포함한 총전적서도 45승38패로 우세하다.

양팀은 선수 구성면에서도 대조적이다. 남성 시니어팀 평균 연령은 매년 50세를 넘어 올해는 53.7세에 이르렀다. 반면 여성팀은 24~25세 사이를 오르내린다. 단위도 대조적이다. 시니어팀이 7~8단, 여성팀은 3~4단 사이의 평균 단위를 기록해 왔다. 해마다 예선을 거쳐 각 팀 12명을 결정하므로 연령과 단위는 매년 일정치 않다.

시니어팀 최종 주자 조훈현(오른쪽)이 16일 여성팀 11번 주자 조혜연과의 대국에서 첫 점을 놓고 있다. 조훈현이 22일 박지은마저 꺾을 경우 남성 시니어팀이 3연패(連覇) 하게 된다. /사이버오로 제공
모(母)집단 수에서도 남성 시니어가 여성 쪽보다 두텁다. 올해의 경우 출전조건에 부합한 기사 수는 시니어가 68명, 여성은 43명이었다. 1회 때의 68명―36명보다 많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여성 쪽이 '중과부적'이다. 그럼에도 대등한 경기를 운영해 왔다는 건 최근 몇 년 간 여성 바둑이 눈부시게 성장했다는 증거다.

승자가 패할 때까지 계속 출전하는 대회 성격상 매년 '영웅'이 출현한다. 지금까지의 최다 연승 기록은 1회 때의 조훈현과 3회 때의 안관욱 등 두 시니어가 작성한 6연승. 여자팀에선 이민진과 박지연이 한 번씩 4연승한 것이 최다였다. 대회 통산 최다승 기록은 안관욱(10승)이 보유 중이다.

올해는 계속 앞서 가던 여성팀이 막판에 따라잡힌 상황. 시니어팀이 안관욱의 4승에 이어 최종 주자 조훈현이 지난 주 루이나이웨이와 조혜연을 연파, 11대11을 만들었다. 여성팀의 마지막 보루 박지은은 조훈현과 오는 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리는 최종국서 팀 패권을 걸고 마주 앉는다. 조훈현은 한국 랭킹 31위, 박지은은 66위로 공교롭게도 양 진영을 대표하는 최고 순위다. 바둑리그서 뛰는 시니어(45세 이상)와 여성도 이들 둘뿐이다. 조훈현은 1회 지지옥션배 때 최종 주자로 나서 여성 선수 6명을 연파, 역전 우승까지 2승을 남긴 상태에서 박지은에게 반 집 역전패로 물러난 바 있다. 둘의 통산 전적서도 박지은이 2승으로 우세하다.

노장 기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시니어가 이겨야 된다는 쪽,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여성 바둑의 승리가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갈린다. 내년엔 유창혁(44)이 시니어팀 영계(?)로 새롭게 가세할 예정이어서 여성팀이 올해마저 패할 경우 균형이 무너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우승팀 단체상금은 7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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