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숨쉬는 선사시대 드라마

인류가 그린 최초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그림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대박물관(관장 박희현)이 내년 2월 25일까지 개최하는 '한국과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 특별전은 한반도에 분포하는 선사시대 바위그림을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과 비교,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및 천전리 암각화(국보 제147호) 등 한국의 바위그림 탁본과 사진,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 등 52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알타이 지역의 바위그림' '울산 대곡리 반구대 및 천전리 바위그림' '한국의 바위그림'의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몽골의 중서부, 특히 알타이 지역은 카라수크 문화와 타가르 문화가 만나 형성된 스키타이 문화의 영향권역으로 선사시대 바위그림의 보고(寶庫)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풍상 속에서도 닳지 않고 선명히 남아 있는 바위그림들이 재미있다. 말을 끌고 있는 마부, 사슴을 쫓는 사냥꾼, 짐을 실은 야크와 어린아이…. 원시적이고 소박한 조형이지만, 사냥과 목축을 하던 시기 선사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이다. 거대한 암벽 아래 바위면에 왼쪽에는 바다짐승을, 오른쪽에는 육지동물을 주로 묘사했다. 사람, 고래, 물개, 거북, 호랑이, 표범, 사슴, 멧돼지 등 동물들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 등이 가득 새겨져 있다. 선과 점을 이용해 동물과 사냥 장면을 생명력 있게 표현한 걸작품이다.

박희현 관장은 "바위그림은 사실적 기법의 동물 그림,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추상적 기법의 도형·기물 그림, 생활상 그림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전시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데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