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일이며 취미·놀이… 저는 복 받은 거죠"

    입력 : 2010.10.20 03:01 | 수정 : 2010.10.20 07:39

    드라마 '자이언트'서 주인공 이강모役 이범수
    외모 콤플렉스도 전혀 없어… 초반 '친정권 드라마' 구설수 사실 아니기에 신경 안써

    SBS TV ‘자이언트’에서 주인공 이강모를 연기 중인 배우 이범수. 그는“앞으로도 연기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아 폭넓은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작은 체구지만 뿜어내는 기운은 늘 만만찮다. 배우 이범수(41)가 우리 말로 '거인(巨人)'을 뜻하는 SBS TV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의 주인공 이강모 역을 맡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단단한 몸집에 탁탁 끊어내는 말투까지 '맨주먹 신화'를 일궈내는 이강모와 똑 닮아 있었다.  70~80년대 강남 개발시대를 무대로 건설업계 사람들의 치열한 욕망과 사랑을 그린 '자이언트'는 여성 취향의 로맨스 드라마가 점령한 현 방송가에서 유일하게 '선 굵은' 남성형 드라마다. 이달 초 MBC TV '동이'를 제치고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는 '될 것이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강남 땅은 왜 이렇게 비싼 거냐'란 물음은 오늘날 누구나 궁금해하는 주제잖아요. '자이언트'는 계속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이중 삼중으로 복잡하게 얽어가죠."

    "연약한 선(善)이 아닌 힘있는 선, 행동하는 선을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그의 설명처럼 극 중 이강모는 그토록 갈망하던 '권력'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드라마는 앞으로 중견 건설업체 사장이 된 강모가 부모를 죽인 두 원수(황태섭·조필연)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줄 전망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등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도 녹여낸다.

    사실 이 드라마는 방영 초부터 삐거덕거렸다. 건설업체 CEO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이유로 '친정권 드라마'라는 구설에 휘말린 데 이어 이성모 역의 배우 박상민이 개인적인 일로 설화에 휩싸이며 중도 하차설까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범수는 "(그런 논란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구설이 사실이었으면 걱정이 됐겠죠. 하지만 드라마를 보시면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됐어요. 화가 났으면 화가 났겠죠." 그는 "설령 '친정권 드라마'라는 오해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극적인 재미면에서 자신 있었기 때문에 위축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극 중 쏙 빠져보이는 볼 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역할에 비해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배우로선 상당히 속상했을 비판이다. 그는 "그런 얘기 때문에 100점짜리 몸을 만들 수가 없다"며 웃었다. "몸을 만들고 싶어서 최근 2~3년간 계속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어요. 그런데 얼굴이 해쓱해지는 양면이 있더라고요.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선'까지 몸을 만드는 게 과제죠."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해 만 20년차 연기자가 됐다. 친근한 순정파 청년부터 냉혈한까지 연기의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출연작도 많은 편이다. 그는 "연기는 내 취미이자 일이자 놀이"라며 "복 받은 것"이라고 했다. 쭉 뻗은 꽃미남과(科)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일체의 외모 콤플렉스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알려진 대로 '달콤한 신혼 5개월차' 신랑이다. 올해 5월 14살 연하의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 이윤진씨와 결혼했다. '자이언트' 촬영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 갔지만, 임신 4개월째인 아내 때문에 종영 후에도 장거리 신혼여행은 무리다. 그래서 그는 "지방 일정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집으로 퇴근한다"고 했다.

    "1~2시간이나마 집에 잠깐 들르면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걸 보면 제 피로도 저절로 풀리고요." 뱃속 아이의 태명은 '준'. 그는 "6월(June)에 생긴 아이라는 의미"라며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여서인지, 이부자리에서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연기 외에도 학업(고려대 언론대학원 재학 중), 그림 그리기, 커피 제조, 운동까지 다방면에 취미를 가진 그는 "연기를 계기로 나 자신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후배를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든,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는 제작자가 되든, 연기와 관련된 모든 재능을 다 쏟아붓고 가는 그런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