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3無경영' 실천한 人和와 뚝심의 경영인

핸드볼 중흥을 이끈 '인화(人和)'의 경영인 설원봉(薛元鳳·62) 대한제당 회장이 20일 오전 폐암으로 별세했다.

고(故) 설경동(薛卿東) 대한전선 창업주의 4남인 고인은 연세대 법학과와 미국 브루클린공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1983년부터 대한제당을 경영해 왔다.

남들 앞에 나서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 조용한 성격의 그였지만, '핸드볼'에 대한 열정만큼은 남달랐다. IMF 외환위기로 힘들었던 지난 1998년 18대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했다. 한때 올림픽 최고 효자종목이었던 핸드볼이 파벌싸움과 IMF 외환위기에 따른 실업팀 해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가만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협회 차원의 각종 지원을 통해 실업팀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왔다. 회사 경영 등의 이유로 2년 만에 회장직을 떠난 뒤에도 몇 년간 '고문'을 자임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순간에 '비인기 종목'으로 외면당할 뻔한 그 당시에 설 회장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명장면은 나오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고인은 '뚝심의 경영인'이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을 때도 감원·임금삭감·노사분규 없이 위기를 극복, '무감원·무감봉·무분규'의 '3무(無) 경영'을 실천했다. 2003년에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던 고인은 직원들 이름을 모두 외우는 등 '인화(人和)'를 중시하고 모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직원들은 "그렁그렁한 중저음의 호랑이 목소리로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1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출장을 늦추지 않고 해외 인사들과 교류하는 등 마지막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암이라는 것도 결국 나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담담한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한국무역협회와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를 맡았다.

유족은 부인 박선영 여사와 설윤호 대한제당 부회장 등 1남1녀. 빈소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3010-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