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부른 '노란 샤쓰의 사나이'

"오랜만에 여러분 앞에 제가 나타났습니다.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사랑하는 팬 여러분들 덕분에 다시 설 수 있게 돼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1961년 발표한 노래 '노란 샤쓰의 사나이'로 큰 인기를 얻었던 원로가수 한명숙(75)씨의 음악인생을 기리는 공연 '한명숙 헌정음악회'가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이날 무대는 최근 창립한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회장 백순진)가 마련했다.

파란 드레스를 차려입은 한씨가 히트곡 '사랑의 송가'를 부르면서 시작된 공연은 후배 가수 포커스(박학기·강인봉·박승화·이동은), 임희숙, 최백호, 송창식과 함춘호의 무대로 이어졌다. 댄스그룹 포미닛도 등장해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모든 후배들이 무료 출연했고, 최백호는 공연의 총연출도 맡았다.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른 한씨는 미8군 활동 당시 즐겨 불렀던 팝송 메들리를 열창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어 다리가 불편한 한씨의 목청은 나이에 비해 정정했다.

이어 후배가수 박상민과 인순이가 노래를 부른 뒤 빨간 드레스로 갈아입은 한씨가 다시 무대에 나왔다. 그가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르기 시작하자 후배 가수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하며 공연을 마쳤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파격적인 리듬으로 6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화를 이끈 노래로 꼽힌다. 이 노래가 일본과 동남아까지 알려지면서 한씨가 동남아 순회공연을 할 정도였다. 송창식은 무대에서 한씨를 가리켜 "한국에서 팝송을 기반으로 노래했던 모든 가수들의 어머니 역할을 한 분"이라고 말했다.

1935년 평남 진남포에서 태어난 한씨는 17세이던 52년 '태양악극단' 단원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6·25 전쟁 때는 군예대(軍藝隊)의 일원으로 위문공연도 다녔다. 이후 가수 최희준의 소개로 작곡가 손석우씨를 만난 뒤 '노란 샤쓰…'로 데뷔한 한씨는 '센티멘털 기타', '눈이 나리는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70년대 말까지 활발히 활동했다. 트럼페터 이인성씨와 결혼했으나 이씨가 41세로 숨진 뒤 2남 1녀를 혼자 키워왔다. 장남(53) 가족과 경기 수원의 두 칸짜리 월셋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 로비에서 '한명숙의 50년, 다시 만나다'라는 사진전을 연 음악평론가 박성서씨는 "오늘 공연은 어렵던 시절 국민들을 노래로 위로해 준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경제적인 도움을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