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挾攻과 역습

 

 

〈제3보〉(35~56)=구리(古力·27)는 세계를 6번 제패했다. 5차례 세계정상에 오른 쿵제(孔杰·28)에 앞선 중국 최다기록이다. 구리는 그러나 최근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국 1위 자리를 쿵제에게 넘겨주고 3위까지 밀려나 있는 상황. 그런데 이달 초 다시 이들 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서 치러진 제15회 삼성화재배 8강전서 구리가 중국기사 중 유일하게 4강에 오른 반면 쿵제는 중도 탈락한 것. 중국 내 '간판'싸움도 점입가경이다.

구리는 여전히 자신감에 넘친 손길로 35에 꼬부렸다. 두터운 기풍의 소유자는 봉쇄당하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러나 참고도 흑1로 빠져 백 2점을 잡아두는 것도 훌륭한 일책이었다. 5 이후 백의 외곽은 A가 남아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42로 넘는 데까지는 필연. 47까지도 실전보다 더 좋은 대안(代案)이 안 떠오르는 진행이다.

이 장면에서 안조영이 특유의 장고에 빠져들었다. 무려 16분 만에 택한 수는 48. 재주 부리기 좋아하는 기사들이라면 48로 55 자리쯤에 협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경우 흑은 49로 바짝 붙인 뒤 다음 '가'의 씌움으로 역습하는 수단을 노리게 된다. 결국 49로 지켰다. 백도 외곽을 선수로 정비한 다음 56에 기대 중앙 흑을 정조준하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