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장롱속 銀수저 내다 팔까"

"은(銀)수저 고가로 삽니다."

요즘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단이다. 아파트 알뜰장터에는 '은 출장 매입소'가 자리잡는 경우도 흔해졌다. 이른바 '은 떴다방'이다.

올 들어 금(金)에 이어, 국제 은값도 크게 오르면서 '은(銀)테크'에 관심 갖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 은값은 지난 1월 초 온스당 17.46달러에서 지난 20일 23.86달러로, 약 37% 급등했다. 이달 들어서도 은 12월물 가격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본 투자자들이 금이나 은 같은 실물 투자로 대거 몰려든 데다,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산업용 은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은값 급등으로 국내에서 거래되는 은값도 크게 오르자, 그동안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던 은수저나 은목걸이 등 은제품을 내다 팔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귀금속 매입업체 관계자는 "순도 99%, 30돈짜리 은수저 한 벌은 작년만 해도 3만원대였는데 지금은 8만원까지 쳐 준다"면서 "은수저 팔겠다는 전화 문의가 하루에도 10통이 넘게 온다"고 말했다. 귀금속가게들도 은 매입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금의 대체재 성격이 강한 은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은값이 계속 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병효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값이 현재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베팅하기엔 손실 위험이 몹시 크다"고 말했다.

최근 은값 상승은 투기적 매수세가 70% 이상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어 뒤늦게 은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우 신한은행 차장도 "미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달러 약세 등 여러 변수들 때문에 은값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은은 금(金)보다 변동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은 값이 오를 땐 금보다 더 오르다가도 떨어질 때는 더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에 은값이 온스당 50달러 가까이 올랐다가 10달러대까지 급락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