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지원 심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위원장 퇴임 압력을 받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에 또 하나의 심사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영화감독 이장호(65)씨는 21일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마전에 빠진 영진위의 제작지원 사업을 고발한다"며 "해당 심사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추천된 제 작품을 영진위가 법률을 무시하며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은 지난 3월 영진위의 '2010년 예술영화·마스터영화·3D영화 제작지원 사업'중 마스터 영화부문에 'GEV(God's Eye View)'를 응모, 심사위원 7명 중 5명의 지지를 받아 지원작으로 추천됐다. 이 감독은 "그런데 심사위원들의 결정을 영진위 9인 위원들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지난 8월 무기명투표에 의해 '해당작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진위는 법률에 따른 반대자와 반대사유 명기 원칙까지 무시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심사위원들이 뽑은 작품을 영진위가 보류한 사례는 전례가 없는데도 아직 영진위로부터 사유를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 영화부문 심사에 참여했던 장현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와 "심사는 공정했으며 이 감독의 작품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며 "이후 심사위원 7명이 말도 안 된다며 영진위에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또다시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은 국제 영화제에서 성과를 올리거나 한국 영화에 공헌이 있는 감독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별들의 고향'(1974)으로 데뷔해 '어둠의 자식들'(1981), '명자 아끼꼬 쏘냐'(1992) 등 20여편을 연출한 이 감독은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GEV'는 15년 만의 연출 복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