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白馬高地

〈제4보〉(57~69)=아직 판 위에 60수도 채 안 놓였는데 안조영의 소비시간은 벌써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구리는 고작 13분. 속기(速棋)타이틀전 비율이 갈수록 높아져 가면서 장고파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론 그렇지도 않다. 안조영이 처음 따냈던 본격 타이틀(2007년 원익배)만 해도 1인당 10분짜리 TV 맞춤용 기전이었다. 장고는 수 읽기 속도가 아닌 완벽주의적 성격의 표출임이 조치훈·안조영·박정상·이희성 등의 장고파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백이 △로 원거리 그물을 치자 중앙 흑 대마가 갑자기 바빠졌다. 57에 일단 58의 대세점과 60의 요소를 챙긴다. 공격의 효과다. 61로 일감(一感)은 참고1도 1의 귀 굳힘. 그러나 2, 4의 막무가내식 절단이 무섭다. 61은 그 수단을 선수(先手)로 방지하고 있다. 백도 62로 흑의 안형(眼形)을 빼앗으며 버틴다.

63은 응수타진. 66은 백마고지 같은 절호점으로, "패(覇)를 할 테면 하자"는 회신을 보내 참고2도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우하귀에서 피할 수 없는 패싸움이 발발했다. 자체 집으로도 크거니와 중앙 흑의 안정 여부도 걸렸다. 이 접전의 결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