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 전라도의 산] 서래봉 705m-전북 완주군 고산면

서래봉은 농기구 ‘써레’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근방에서 가장 높이가 높은 주봉이지만 암릉의 화려함이나 조망에 있어선 계봉산이 더 탁월하다.

만경강 상류 고산천이 휘돌아가는 고산면의 진산 계봉산은 고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년고찰 안수사를 품은 불법의 성지다. 산 높이는 낮지만 산 전체가 암릉으로 이루어져 도저히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고산준령처럼 느껴진다. 특히 서래봉에서 계봉산까지 이어지는 4km의 능선은 사방이 탁 트인 환상적인 조망대다. 계봉산 북쪽은 고산현이 있던 곳으로 지명도 산이 높은 고을을 뜻하는 고산(高山)이다.

계봉산은 많은 이명과 전설이 있다. 예컨대 닭과 봉황을 닮은 형상의 계봉산, 붓처럼 뾰족한 문필봉, 안수사에서 따 온 안수산 또는 안수봉 등이다. 하지만 산의 정확한 이름은 닭 계(鷄), 봉황새 봉(鳳)을 쓰는 계봉산이 옳다. 사찰이름도 편안할 안(安), 졸 수(睡)가 아닌 편안할 안(安), 멧부리 수(峀)를 써야 한다. 윤대형 안수사신도회장에 의하면, 풍수지리상 지네형국인 고산과 완산(전주)의 터를 눌러서 고을의 안녕을 기원하려고 닭과 봉황의 형상인 계봉산 중턱에 사찰을 창건했다고 한다. 실제로 고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닭과 봉황의 머리형상의 계봉산이 다가오고, 정상 부근에 곡성의 사성암처럼 천년고찰 안수사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안수사는 모양새만큼 창건설화도 특이하다. 고산현감들이 부임만 하면 원인도 모르게 사망하자, 임금은 탐관오리들을 고산현감으로 좌천시켜 보내는 것이 관례처럼 되었다. 어느 탐관오리가 고산현감으로 부임하자 사찰 터가 명당임을 알고 조상의 묘소를 쓰려고 궁리했다. 그런데 꿈속에서 흰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그 터에 사찰을 짓고 있어 깜짝 놀라 깨어나 불법의 성지임을 알고 사찰을 창건하고 선정을 베풀어 백성을 편안하게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남쪽 기린봉수, 북으로 인봉봉수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산의 북쪽에는 고양이를 닮은 묘암(猫岩)과 8명의 아들과 8명의 딸을 낳고 살았다는 8남8녀골이 있다. 서쪽은 남산골 절터가 있는데 빈대가 많아 폐찰됐고, 동쪽 골짜기의 고산휴양림은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찰 아래에 있는 성재리는 재주 많은 인물과 성인들이 많이 태어난다는 의미로 성인 성(聖), 재주 재(才)를 쓴다.

계봉산 정상에서 조망은 동쪽은 금남정맥 연석산과 운장산, 장군봉이 보이고 남쪽은 만덕산, 종남산, 서방산이 보인다. 남서쪽은 전주시내와 모악산, 그리고 서해바다가 드러나고 서북쪽은 천호산과 미륵산, 북쪽은 천등산, 대둔산, 계룡산이 한눈에 훑어진다. 산줄기는 금남호남정맥 완주 주화산에서 남쪽으로 호남정맥과 헤어진 실질적인 금남정맥이 입봉과 보룡고개를 지나 황조치 못미친 곳에서 나뉘는 소양지맥이 그 뿌리다. 그 지맥이 고산천과 소양천을 가르며, 서북쪽으로 율치, 청량산, 위봉산성 서문을 지나 서래봉 못미처에서 북쪽에 암봉으로 이루어진 계봉산을 솟구쳐 놓았다. 그리고 소양지맥은 서래봉, 오도치, 서방산, 종남산에서 끝을 맺는다. 물줄기는 고산천을 통해 만경강에 살을 섞고 서해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완주군 고산면에 위치해 있다.

이번 산행은 이영환 고산휴양림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호남지리탐사회와 전주명품산악회가 1코스를 답사했다. 위봉산성 서문이 들머리다. 북쪽으로 비포장 임도를 15분쯤 오르면 임도의 고갯마루 삼거리에 닿는다. 북쪽은 태조암 가는 길이다. 동쪽의 석성을 따라 오르면 남쪽으로 위봉사와 위봉폭포로 가는 도로가 보이는 전망대인데 오늘은 비 때문에 조망이 엉망이다. 위봉산성이 끝나는 지점에 자욱한 안개 속에서 앙증맞은 표지석이 있는 되실봉이 반긴다.

다행히 빗줄기가 점점 약해지며 눈앞에 북쪽으로 서래봉과 702m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702m봉으로 오르는 동쪽 산자락은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되었다. 등산로 주변엔 참나무마름병으로 많은 나무들이 베어졌다. 급경사를 올라서면 이정표가 있는 702m봉 삼거리에 닿는다(1시간40분 소요). 동쪽은 동성산과 고산휴양림, 서쪽은 서래봉, 계봉산, 서방산으로 가는 길이다. 702m봉 남쪽에서 보면 남쪽 만덕산, 서쪽 서방산과 종남산, 전주시내가 손짓한다.

조망을 즐기고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서쪽은 오도치를 거쳐 서방산과 종남산, 또는 오도치에서 북쪽의 고산면 오덕사, 남쪽의 소양면 송광사로 갈 수 있다. 서래봉은 이 부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705m)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스릴 넘치는 암봉, 그리고 조망이 좋은 계봉산에는 비길 바가 못 된다.

북쪽으로 고도가 뚝 떨어지는 미끄러운 급경사를 내려서면 소나무와 전망 좋은 너럭바위가 어우러진 551m봉을 만난다. 이곳에서 계봉산까지 이어지는 4km의 능선은 스릴 만점에다가 환상적인 조망대다. 소낙비가 그친 뒤의 하늘은 맑고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고,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하는 기쁨은 필설로 이루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조망을 즐기며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을 지나면 삼각점(전주 805)과 표지석이 있는 계봉산 정상이다(서래봉에서 1시간 40분 소요). 이곳에서도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특히 고산천이 고산을 휘돌아나가는 수태극의 형상이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은 표지석과 이정표를 설치하면서 계봉산을 안수산으로 잘못 표기했다. 

오찬을 즐기고, 천연돌문을 지나 안수사 위의 달걀봉에 오르면 조망은 더욱 좋다. 암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난 길을 걸으면 안수사가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밧줄에 의지해서 스릴 넘치는 암벽을 내려오면 안수사 가는 길이 나온다. 안수사에서 성재리 청동마을을 거쳐 고산버스정류소로 하산하는 코스와 고산휴양림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안수사를 둘러보고 삼거리로 되돌아와 암릉을 타고 내려가면 서쪽 성재리로 하산코스가 있다. 북쪽으로 0.3km쯤 지나면 동쪽으로 물썰매장과 풀장, 계곡에서 피서하는 고산휴양림이 보이는 삼거리다. 수자원공사나 고산휴양림 입구로 가는 길인데 희미하다. 동쪽의 고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서면 관리사무소에 닿는다(계봉산에서 1시간10분 소요).

산행길잡이

1코스  위봉산성 서문~(2.0)~되실봉~(2.0)~서래봉 갈림길~(3.8)~계봉산~(0.5)~안수사~(2.0)~고산휴양림관리사무소 <10.3km, 5시간 소요>
2코스  송광사~(3.5)~종남산~(2.0)~서방산~(3.0)~서래봉~(3.8)~계봉산~(0.5)~안수사~(2.0)~고산휴양림관리사무소 <14.8km, 6시간30분 소요> 
3코스  고산천도로~성재리 청동~안수사~계봉산~안수사~청동~고산천도로 <5.0km, 2시간30분 소요>

볼거리

안수사(安峀寺)
마한시대에 창건되어 백제 법왕 원년에 지명대사에 의해 중창됐고,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86년까지 석각용 스님과 윤대형 신도회장이 재건했다. 대웅전, 삼성각, 요사채가 있고, 대웅전 앞에는 수백년 된 괴목나무 두 그루가 있어 장구한 역사를 말해 준다. 뒤에는 계봉산, 앞에는 만경강 상류의 고산천이 풍수지리상 배산임수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고산자연휴양림
계봉산 자락의 계곡에 있으며, 완주군이 군유림을 조성했다. 봄의 철쭉, 산벚나무와 야생화, 여름의 맑고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가을의 단풍, 겨울 설경 등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이룬다. 잣나무, 낙엽송, 리기다소나무 조림지가 있다. 1998년에 개장했으며, 계곡을 막아 만든 물놀이장과 인공잔디에 물을 뿌려 썰매를 타는 물썰매장(눈썰매장)이 있고, 체력단련을 위한 임간수련장, 숲속의 집, 야영장, 삼림욕장, 어린이놀이터, 민속놀이터, 등산로, 산책로, 야외무대, 야외교실 등을 갖추었다.

 교통

○ 자가용
익산ㆍ포항고속도로 완주나들목~17번국도 진입~고산~고산초교~오성교~고산자연휴양림
익산ㆍ포항고속도로 소양나들목~741번도로 진입~소양 마수교 삼거리~송광교~위봉산성

○ 대중교통
전주 모래내~전주역~봉동~고산(300번 시내버스, 07:08~19:20까지 19회 운행)
전주대학교~고산(535번 시내버스, 06:20~22:40까지, 50회 운행)
전주교도소~고산(546번 시내버스, 06:20, 08:20, 11:40, 15:00, 21:40 5회 운행)
전주교도소~위봉산성~앞멀(806번 시내버스, 08:00, 11:10, 14:20, 17:30, 20:40 5회운행)
고산버스터미널에서 고산자연휴양림까지는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으므로 고산개인택시 (063-263-4777)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은 6,000원 정도다.

맛집

한양갈비(063-262-5804)는 청정지역 고산에서 자란 한우고기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일 잡은 육사시미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주요 메뉴는 육회, 생등심, 생갈비 등이다. 대야가든(063-263-5005)은 널따란 정원과 수영장이 완비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농원에서, 얼큰한 민물고기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토종닭, 청둥오리, 붕어찜도 맛볼 수 있다.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