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CEO] "중국과 다른 돛 달아야 따돌릴 수 있다"

"중국의 추격에서 싸워 이기려면 그들과 다른 방법으로 맞서야 합니다. 화물선은 친환경 선박 건조로 격차를 벌리고 아직 중국이 진출하지 못한 크루즈선 등 여객선 분야를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도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홍경진(58) STX조선해양 사장은 "세계 조선업계에서 중국이 수주물량 기준으로 1위 자리에 오른 데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조선업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세계 4위 조선업체다.

"예전 같으면 한국으로 찾아왔을 세계 최대 해운강국 그리스의 선사(船社)들이 최근 잇달아 중국에 배를 발주하고 있어요. 이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입니다."

실제로 그리스 선사 코스타마레는 2000년대 인도한 컨테이너선 20척 중 19척을 한국에 발주했지만 금융 위기 이후 첫 물량(컨테이너선 3척)을 지난달 29일 중국 장난(江南)조선소에 줬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중국 정부는 파격적 조건의 금융을 제공하며 해외 선주를 끌어들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달 2일 그리스에서 "그리스 해운회사들이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살 수 있도록 50억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13일 후 그리스 카디프 마린은 후둥중화조선에 컨테이너선 4척을 발주했다.

홍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선주만 유치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도 국내 조선소에 대한 수출보험 확대나 선박 금융 활성화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홍 사장은 "우리 조선소들도 환경 문제에 대한 선주들의 관심을 반영,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선박을 만드는 등 중국과 차별화된 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할 경우 화물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10년 이상 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STX 진해조선소가 2007년부터 대형·고부가가치 선박 조선소로의 방향 전환을 추진한 이후 첫 결과물이 나온 해"라고 했다. 올 8월 진해에서 건조한 첫 LNG선(17만3600㎥급)을 인도했고 지난달에는 1만3000TEU(1TEU는 약 6m 길이 컨테이너 1개 물량)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STX조선해양은 이달 현재 수주 규모가 지난해 연간 실적의 3배 수준인 96척, 76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STX조선해양을 포함해 국내 조선소들의 선박 수주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홍 사장은 "선가(船價)가 2~3년 전보다 20~30% 떨어져 있고, 원자재 가격도 낮아져 일부 선주들이 그동안 미뤘던 발주를 하는 것"이라며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되는 데에는 2~3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해양 등 수직 계열화 구조를 통해 시너지(결합효과)를 내는 데 힘쓰고 있다.

"이달 18일 STX팬오션이 세계 최대 펄프업체와 5조6000억원 규모의 장기 운송 계약을 맺었습니다. STX조선해양이 화물주의 특성에 맞는 선형(船型)을 개발한 게 주효했습니다."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 출신인 홍 사장은 STX에너지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