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 사막 레이스 완주 2주 만에… 남극 세종기지 출발 앞두고…

패기만만한 두 청년에게 42.195㎞는 가뿐했다. 정민수(27·국민대 중문과 4)씨는 사막 레이스를 완주한 뒤 2주 만에 또 춘천을 달렸고 최경호(29·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졸)씨는 남극 세종기지 근무를 앞두고 7번째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마라톤은 중독이에요. 뛰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땐 '내가 이 짓을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다' 하면서도 어느새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니까요." 24일 오전 출발을 앞두고 몸을 풀던 최씨가 마라톤 예찬을 늘어놓자 정씨가 이 말을 받았다.

"마라톤만큼 정직한 경기가 또 어디 있겠어요. 상대방의 실책에 의해서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게 아니라 내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요. 극한 상황에 나를 몰아넣고 어떻게 이겨내는지 시험하는 거죠."

정씨는 10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집트 사하라사막 레이스를 완주했다. 4일간 매일 35~41㎞를 달리고 5일째는 이틀 동안 94.5㎞를 완주하는 극한 체험이었다. 뜨거운 사막 한복판, 금방이라도 타버릴 듯한 무더위 속에서 철저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벌였다.

"모래밭에서는 발이 빠져서 스텝을 빨리 안 옮기면 체력 소모가 커지죠. 매 순간이 고비였지만 마지막 롱데이날엔 죽을 것 같았습니다. 식량과 침낭, 구급장비를 담은 10㎏ 배낭을 짊어지고 30시간을 걷거나 달렸어요. 발톱이 두 개나 빠졌죠."

정씨는 "졸업이 코앞인데 수업 빠지고 사막 레이스에 간다니까 주변에선 미친 짓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현재 위치를 떠나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죠. 고통의 질주 끝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졌어요."

'극한 체험' 경력은 최씨도 만만치 않다. 고교 졸업 후 자원입대한 최씨는 63개월간 특전사에서 20대의 절반을 보냈다. 2004년에는 이라크에 다녀왔고 11월 말에는 남극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로 떠나 13개월간 통신 담당 월동대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차가운 바다, 얼음이 갈라지면서 만들어진 크레바스, 갑작스레 변하는 날씨 등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다는데, 18명의 월동대원들과 함께 합숙하면서 기초 체력 훈련에 바다 수영 훈련까지 마쳤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며 호기롭게 출발한 두 사람은 가을 단풍 가득한 의암호반을 달렸다. 4시간20분47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최씨는 "완주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남극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4시간41분53초 만에 들어온 정씨는 "사막 레이스의 여파로 몸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춘천의 경치가 아름다워 즐기면서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