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 소아마비 도전자 공경은씨의 '아름다운 완주'… 이를 악 문 5시간 5분… 희망이 고통을 이겼다

"땀과 희망이 모두 눈에 보이는 마라톤에 푹 빠졌죠."

두 살 때 원인 모를 열병을 앓다 소아마비 장애를 얻은 공경은(41)씨는 '수영 마니아'다. 8년 전 수영을 배워 올 7월 강원 삼척 전국바다수영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기량을 뽐냈다. 그런 그가 3개월 전 마라톤을 시작했다.

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장(挑戰場)으로 전통을 자랑하는 춘천마라톤 대회를 택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씨는 평행봉, 배구에 능했다. 중학교 때는 씨름부 감독이 입단을 권유할 정도였다. 그런 만능 스포츠맨도 '달리기'엔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공씨는 "뛰는 데 늘 부담이 있어 반쪽짜리 스포츠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왼쪽 다리와 길이·굵기가 다른 오른쪽 다리를 가진 공씨는 조금만 뛰어도 무릎에 물이 차올랐다. 공씨가 이를 꽉 물고 뛰기로 결심한 이유는 '희망' 때문이다.

공씨는 "달릴 때 느끼는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꿔 진정한 만능 스포츠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씨는 '희망 전도사'이기도 하다. 16일에는 난치병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젝트 '메이크어위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철인3종 경기를 완주했다.

생명보험회사에 다니는 공씨는 "춘천마라톤 대회를 통해 유방암을 앓고 있는 고객(顧客)에게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씨는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를 이루기 위해 지난 8월 마라톤 동호회 '분당 검푸'에 가입했다. 매주 2~3차례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마라톤을 배우고 스스로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1㎞씩 수영장에서 물길을 갈랐다.

출발 신호에 맞춰 공씨는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200m를 채 뛰기 전에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20㎞가 넘자 '포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다리를 절며 뛰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공씨는 이를 꽉 물고 버텼다. 결국 5시간 5분 만에 공씨는 첫 풀코스 도전을 성공으로 장식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보며 수영할 때 못 느꼈던 쾌감을 느꼈습니다. 희망의 마라톤,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