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태광그룹 수사] 태광 큰사모님 '은행금고' 땄는데…

태광그룹의 비자금ㆍ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25일 신한은행 서울 퇴계로지점을 압수수색해 이호진(48) 그룹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씨가 보호예수(保護預受)한 개인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신한은행 본점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 이 회장 모자(母子)의 금융거래 내역도 확보했다.

보호예수는 은행이 VIP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여금고는 고객 마음대로 예치물품을 넣었다 뺄 수 있지만 보호예수의 경우 고객이 은행 직원과 함께 밀봉해서 금고 내에 보관하는 것으로 예치물품을 꺼낼 때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씨가 보호예수한 개인 장부가 그룹 기밀 자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이 경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고령의 이씨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비자금 운용 내역이나 로비 대상을 자필로 정리해둔 '장부'를 찾는 데 주력해왔다.

검찰이 보호예수된 물품까지 샅샅이 뒤진 이유는 지난 21일 이뤄진 서울 장충동 이씨 자택과 외환은행 서울 퇴계로지점의 그룹 소유 대여금고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검찰은 이씨 집 안에 보관된 대형 금고를 열기 위해 열쇠공까지 동원했지만 의미있는 압수물을 확보하지 못했고, 외환은행 퇴계로지점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 집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사실이 알려져 태광그룹측이 사전에 대비한 것으로 추정하고 이번엔 보호예수된 물품을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신한은행에 대해 압수수색하면서 동시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송모 회계팀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송 팀장을 상대로 그룹의 비자금 관리 방법을 캐물으면서 '비자금 장부' 같은 자료의 존재도 함께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주로 재무담당 임직원들을 불러 비자금 규모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