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반집 勝負師

〈제6보〉(88~102)=안조영의 별명은 '반집의 승부사'다. 정교한 계산력으로 미세한 바둑에 능하다는 의미.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외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나온 6판의 반 집 승부 중 절반인 3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외국인 상대 전체승률 53%보다 약간 떨어지는 비율이다. '천적' 이창호와도 네 차례 반 집 승부를 연출해 그중 1판만 승리했다. 많이 뒤져 있다가 맹추격해 반 집까지 차이를 줄인 바둑도 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흑이 ▲로 팻감을 쓴 장면. 88로 받아 지루한 패싸움은 계속된다. 96으로 용패(用覇)했을 때 흑이 외면함으로써 기나긴 패(覇) 전쟁이 끝났다. 97로 우하귀 백 석 점을 따낸 모습은 앓던 이 빠진 듯 시원하다. 하지만 대가(代價)가 없을 수는 없다. 98에 끊겨 중앙 대마가 정처 없는 유랑길에 나서게 된 것. 백도 전혀 불만 없는 진행이다.

100으로 진로를 막아섰을 때 101의 붙임은 행마법. 순간 백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02로 젖혀간다. '온건파' 안조영이 그것도 노 타임으로 두었다곤 믿기 어려운 과격한 반격이었다. 참고도 1이 상식이지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중원 흑 미생마를 둘러싼 색다른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92…△, 9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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