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속출하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21일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모처럼 사흘 연속 자금이 순유입(유입이 유출보다 많은 것)돼 1524억원이 들어왔다. 국내 주식형펀드가 사흘 연속 순유입을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말 이후 처음이다. 10월 한 달을 놓고 보면 유출이 유입보다 1조원가량 많지만, 하락 속도는 지난 9월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진 편이다. 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9월에는 하루 평균 1760억원씩 총 3조원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갔지만, 10월 중순 이후 펀드 유출 규모가 점점 줄어들더니 최근 들어서는 유입세로 반전했다.
주식형펀드 환매가 일단락된 것일까? 그보다는 증시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잠시 누그러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와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흐름은 정확히 역(逆)관계를 보여왔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이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가 오를 때는 이익 실현 욕구가, 주가가 내릴 때는 저가 매수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시 상황과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임박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상황이 1994년 블루칩 장세,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2006~ 2008년 주식형펀드 열풍과 비교할 때 세 가지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리 수준이 낮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지수가 직전 저점보다 100% 정도 상승한 시점에 본격적인 펀드 유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2008년 증시폭락 후 주식시장을 기피해온 개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저금리를 견디지 못할 상황까지 왔다"며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쯤부터 본격적인 펀드 유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본격적인 펀드 유입을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증시 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통상 '주식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4~5년 정도 걸렸다는 점에 비추어서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펀드의 주요 고객인 40~50대 투자자들의 자금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코스피지수 1900~1950선에 몰린 9조원가량의 환매 대기자금도 부담이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집 가진 빈곤층) 증가와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해 펀드의 잠재 고객층이 타격을 받고 있어 2006~2008년처럼 펀드 열풍이 불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