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인사이드] 2005년 반짝 했다 방황 "마라톤으로 끝장 봐야죠"

지금은 내놓은 '사고뭉치'처럼 여겨지지만 시작은 화려했다. 2005년 전국고교마라톤대회 10㎞ 레이스에서 1989년 황영조가 세운 고등부 최고 기록을 4초나 단축하며 '포스트 이봉주'를 걱정하던 마라톤의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축구의 고종수·이천수, 야구의 김진우처럼 '천재'는 한순간에 몰락했다. 2007년 건국대에 입학한 뒤 그해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네 차례나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다. "선배들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제가 철이 없었던 거죠."

대학을 자퇴한 뒤 2008년 7월 삼성전자육상단에 들어갔지만 말썽은 끝나지 않았다. 전은회는 "팀의 지도방식이 나와 맞지 않았다. 아프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등 서로 신뢰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팀을 떠나고 싶어 일부러 술을 먹었다. 우울증까지 생겨 트랙에 설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2월 육상단에서 퇴출당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두 달 후 그렇게 싫던 달리기가 절실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에게 치여 어떡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잊고 있었어요. 결국 육상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나 소문난 말썽꾼을 누구도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 그때 손을 내민 게 대구도시공사 육상팀 창단을 준비하던 김홍화 코치였다. 1982년부터 코오롱 코치로 황영조의 올림픽 제패에 힘을 보탰던 김 코치는 "은회의 간절한 눈을 보니 더는 방황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 3월 본격 훈련을 시작한 전은회는 서서히 기량을 회복했다.

주위에선 "이번에도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수군댔지만 그는 술은 물론 과자와 탄산음료도 입에 대지 않는다. 상체 근력을 키우려고 숙소에 철봉을 달아 놓고 매일 턱걸이 100개씩 하는 것도 올해 생긴 습관이다.

전은회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결국은 마라톤에서 승부를 봐야죠. 이제 정말 앞만 보고 달릴 겁니다." 김홍화 코치는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에서 은회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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