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틴레이 부탄 초대 총리 "부탄이 '행복한 발전' 해내겠습니다"

지그메 틴레이(58) 부탄 총리가 처음 한국에 온 건 1982년이었다.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있는 인구 68만의 불교왕국 부탄에 한국의 새마을운동 성공담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왕은 왕궁청 차관이던 그를 보냈다. 2008년 부탄이 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바뀐 후, 부탄 최초의 총리가 된 그가 지난 25일 다시 방한했다.

"한국은 이제 세계 주도국이 됐습니다. IT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도 놀랍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푸른 산입니다. 30년 전에는 산들이 대부분 헐벗었거든요. 경제발전과 환경보전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26일 인천 송도에서 개막한 '제4차 UN 재해경감 아시아 각료회의'(이하 각료회의)에 참석했다.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참사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아시아지역의 재해 경감을 위해 시작한 국제회의다. 아시아는 지구에서 자연재해가 가장 빈번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각료회의는 아시아에 맞는 '기후변화 적응형 방재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주도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 액션플랜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우리 부탄은 기후변화가 국민생존과 직결돼 있어요. 국토 대부분이 고도 2000m가 넘는 산악이어서 요새처럼 겨울이 따뜻해져 고산에 쌓인 눈이 녹으면 생활 자체가 흔들립니다. 실제로 최근 예상치 못한 홍수가 잦았어요."

틴레이 총리는 수원시와 상공회의소 등을 찾아가 투자와 교류 확대도 논의했다. 그는 "한국의 건설과 철강 기업들이 부탄에 진출해있다"며 "한국의 앞서가는 통신과 IT기술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탄에서 한국은 얼마 전까지 '직업교육을 받으러 가는 경제 발전국'으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것은 '한류'다. 아리랑TV가 가장 인기 있고,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와 드라마가 대 유행이라고 한다.

1인당 GDP 1800달러의 부탄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레스터 대학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선진국들 틈에서 부탄만 유일하게 10위권(8위)에 들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해 문화·정체성·영성(靈性·spirituality)의 가치를 희생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인간의 기본 가치를 잃지 말자는 의식이 분명합니다. 이런 우리의 '성장철학'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많은 선진국들을 돌아보며 '외로움'을 읽는다고 한다. "외로움은 부탄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잘살아도 슬플 때 기댈 어깨가 없고, 함께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이가 없다면 행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