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그만둔 뒤 정체기 겪어… '케이블의 유재석이 되자' 결심"

"금요일 밤마다 허전할 것 같아요. 그 친구들(출연자)이 유명해지니 좋긴 한데, 왠지 친하게 지내던 여자친구가 시집가버린 느낌? 그런 허탈함이 드네요. 하하."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케이블TV 사상 최고 기록을 쓴 엠넷의 '슈퍼스타K 2' 진행자 김성주(38)는 쉬이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슈퍼스타K 2'가 낳은 또 다른 스타다. 그는 "2006년 월드컵이 내 '제1의 전성기'였다면, 지금이 바로 내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라고 했다. 그를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났다.

요즘 그의 일상은 전쟁처럼 치러진다. 매일 오전 10시·밤 9시 각각 EBS TV '60분 부모'와 tvN 'E 뉴스'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사이사이 매일 3~4시간씩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녹화한다. 총 5개였던 프로그램도 '슈퍼스타K 2' 이후 8개로 훌쩍 늘었다. 최근엔 친정인 MBC TV '일요일 일요일밤에－오늘을 즐겨라'에도 투입됐다. 프리랜서 선언을 한 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때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중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이듬해 MBC를 그만둔 뒤 고충을 겪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몇몇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을 맡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2008년 프리 선언 후 처음으로 지상파(MBC '명랑히어로')에 출연했지만 1년여 만에 도중하차했다.

그는 "내가 활동하는 무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힘든 게 아니라,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케이블에서 받는 수입이 지상파보다 적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자꾸 나를 측은한 눈으로 봤고, 그게 자꾸 저를 위축시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그는 "MBC에 지인도 많았고, 소속사 연줄로 어떻게든 밀고 들어가 볼까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며 "하지만 밖으로 나와 수많은 진행 고수들이 하릴없이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그 생각을 빨리 버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 결심했어요. '그래, 여기서 승부를 보자, 케이블계의 유재석이 돼보자, 여기서도 안 되면 방송에서 손들고 나오자.'"

좌절은 거꾸로 약이 됐다. 그게 폭발했던 게 '슈퍼스타K 2'다. 그는 "MBC 스포츠 중계에선 끊임없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감각을 배웠고,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케이블 예능에서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걸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극적으로 만드는 펌프질을 배웠다"고 했다. 덕분에 '슈퍼스타K'는 '김성주가 아니면 누가 했을까' 싶을 정도로 꽉 짜인 방송이 됐다.

다시 한 번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감회는 전과 사뭇 다르다. 그는 "MBC에서 한창 주가를 올렸을 때는 솔직히 그 인기가 스트레스이기도 했다"며 "회사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더 일했지만 동기 부여가 잘 안 되는 월급쟁이의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인기가 곧 밥벌이가 되는 지금, 하루하루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롤러코스터처럼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그는 "내가 통하지 않는 순간, 언젠가 또다시 벌판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했다. "이 세상에 나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어딨겠어요? 하지만 누군가 나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이것만은 잘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만족해요. 누군가 저를 대신할 수 있다면 그때가 바로 제가 방송을 그만둘 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