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삼성家 婚外3세? 리제트 리 '미스터리'

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삼성그룹 창업주(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라고 주장하고, 삼성그룹은 "명백한 허위"라며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LA 할리우드 사교계에서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해 온 리제트 리(28)라는 이 여성은 지난 6월 마약 소지 혐의로 미국 연방경찰에 체포됐고 지금은 수감 중이다. 체포 당시 리가 "나는 삼성전자 창업주의 외손녀"라고 주장한 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지만 잠잠해졌다가 27일 SBS 8시 뉴스가 다시 보도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마약 혐의 체포 직후 "삼성의 상속녀"라고 주장

지난 6월 14일 캘리포니아 밴나이스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오하이오주 포트컬럼부스공항에 착륙했던 리는 마리화나 등 230kg의 마약류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최대 징역 40년, 200만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重罪)였고, 이 때문에 리의 '삼성가 후손'이라는 주장은 삼성 측의 '터무니없다'는 반박에 묻혀 버렸다.

27일 SBS는 '리가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며 삼성전자 북미법인이 밴나이스공항에 보낸 공문을 제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기획홍보팀장 데이비드 스틸 전무 명의의 이 공문에는 '6월 30일 밴나이스공항에서 열리는 비공개 행사에 삼성가 3세 상속인인 리제트 리가 삼성가(家)를 대신해 참석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28일 삼성측은 문건이 조작됐다며 펄쩍 뛰었다. 스틸 전무가 삼성측이 마련한 해명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이 밴나이스공항에 보냈다는 '진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리가 삼성가를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이나 리제트 리가 삼성 상속인이라는 것 등 SBS의 보도 문건에 있는 3개의 문장은 없었다. 스틸 전무가 공개한 자신의 친필 서명 역시 보도된 문건의 서명과는 많이 달랐다.

◆리제트 리는 누구?

삼성측의 주장에 따르면 리가 삼성측에 접근한 건 올해 초다.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쓰일 LED TV를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받아 설치업자에게 건네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던 리가 '밴나이스공항에서 VVIP 마케팅을 해보자'고 제안해 왔다는 것이다. 삼성측은 "그 전시회 개최 관계로 우리가 공항 당국에 메일을 보냈는데, 이게 리에게 참조메일로 전달됐고, 리가 그 문서를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제트 리는 2007년 5월 할리우드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자신을 '리제트 리 모리타'로 소개하면서 "어머니는 삼성 창업주의 딸이고 아버지는 소니 창업주인 아키오 모리타 집안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씀씀이가 컸고 체포 직전까지 고급 콘도에 살았다.

리와 가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리는 어머니 코린 리와 아버지 요시 모리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출생 직후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코린 리가 고 이 회장의 딸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친아버지 요시 모리타는 일본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야쿠자로, 양아버지(B.G.Lee)는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리제트 리가 공항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