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 동성애자라면? 당연히 받아들이죠"

"제게 동성애자 자식이 있었다면요? 허허,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뭐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고…. '어~그래?'하면서 그들의 인생을 인정해줄 겁니다. 당연히요."

다음 달 7일 종영을 앞둔 SBS '인생은 아름다워'는 근래에 보기 어려운 착한 드라마였다. 모난 구석 없는 가족들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며 삶의 예기치 못한 함정을 뛰어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줘 시청자의 마음을 안온하게 어루만졌다. 시청률은 20% 안팎.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로는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로 온 사회는 들끓었다. 동성애자 커플의 일상과 고뇌를 정면에서 다뤘기 때문이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28일 김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사람은 선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썼던 작품"이라며 "동성애자를 등장시킨 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핍박에 분개하는 내 기질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동성애자 커플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내 형제, 내 자식, 내 손자 중에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파괴해야 하고 금기시해야 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자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다며 동성애자를 무작정 미워하는 사람은 교만한 것이다."

―잔잔한 홈드라마에서 동성애 문제를 다룬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히 목적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한 가족의 여러 자식 중에 동성애자도 하나쯤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생각보다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기본적으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건, 장애인 혹은 인종 차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없어져야 할 일이다. 이런, 마치 내가 인권운동가처럼 말하고 있다. 하하."

―동성애자 커플에 대한 일부 시청자의 반감 때문에 시청률을 손해 봤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고맙다. 이만큼이라도 나온 게 어디인가? 사실 생각보다 시청률이 꽤 높게 나왔다. 내 드라마를 봐준 시청자에게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내 홈 드라마는 대체로 사회적으로 공인된 가치를 다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청자 입장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보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아주 특별한 시청자들이다."

―최근 동성애자 커플의 성당 언약식 장면이 촬영을 마쳐 놓고도 막상 방송에서는 편집돼 나가지 않았는데.

"기분이 좋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장면이 나간다고 무슨 난리가 나지도 않았을 텐데…. 동성애가 불법이나 위법이 아니지 않나? 물론 방송사로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껴안고 가느라고 그동안 고생했다."

―매회 마지막 장면은 등장인물이 넘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무슨 의미인가?

"늘 뜻하지 않은 곳에서 걸리고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게 인생이라는 암시를 주려고 했다. 요철(凹凸)이 있는 게 바로 인생 아닌가? 마지막회 또한 누군가 넘어지면서 끝난다."

―요즘 다른 드라마들을 보면 어떤가?

"무시무시하다. 남녀 간 애정관계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막 가는 사람이 너무 많이 나온다. 사악한 인물들이 활개치고 개연성 없는 사건만 벌어진다. 비정상이다. 어떤 드라마는 너무 허황해서 나 같은 노인네들은 눈길 주기도 힘들다."

―당신도 파격적 불륜을 다룬 작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중간에 잘린 적도 있다. 뭐 난리가 났었던 적도 있고. 하지만 난 사악한 인간을 만든 적은 없다. 착하고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불륜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제목처럼 인생은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작품이 동성애 드라마가 아닌데 그쪽으로만 부각된 것이 안타깝다. 같이 열심히 뛰어준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든다."

―동성애자 커플을 연기한 송창의·이상우씨에 대해서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나?

"어려운 배역이었는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 사실 향후 그들이 다른 배역을 맡는 데 지장이 있을까 봐 조금은 걱정도 된다. 둘 다 참 잘해줬다."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그동안 홈 드라마에 집중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가볼까 한다. 잠깐 미혼모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었다. 아, 물론 그런 소재의 드라마를 쓰겠다는 말은 아니다. 일단은 푹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