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보증금 6억9300만원·월세 160만원 '초고가 임대아파트' 주인 찾을까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보다 비싼 6억9300만원의 보증금을 걸고 매월 160만원을 내야 하는 임대아파트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된다.

호반건설은 임대로 살다가 5년 후에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인 '호반 써밋플레이스' 178가구의 청약 신청을 다음달 4일부터 받는다고 28일 밝혔다.

임차인은 아파트가 완공되는 2012년 말까지 보증금 6억9300만원을 나눠서 납부하고 2017년까지 매월 160만원씩 내고 살면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분양 전환 가격은 10억500만~10억6500만원. 임차인이 소유권을 갖기 위해 분양을 받으려면 이 가격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3억1200만~3억72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분양 전환은 임차인과 건설업체가 협의하면 계약 후 2년6개월인 2015년부터 가능하다.

분양 전환 가격만 보면 호반 써밋플레이스는 이미 입주를 마친 주변의 다른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163~167㎡(49.3~50.5평)인 이 아파트의 3.3㎡(1평)당 가격은 2038만~2100만원 수준. 주변에서 매매되는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3.3㎡당 2550만원 안팎이어서 호반 써밋플레이스가 20% 정도 싸다. 또 임대아파트이기 때문에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고 임대기간에 재산세, 보유세 부담도 없다.

그러나 매월 160만원씩 내는 임대료를 감안하면 실제로 분양을 받기 위해 필요한 돈은 더 늘어난다. 5년간 거주한다고 가정할 때 총 임대료는 9600만원. 이 돈은 보증금처럼 나중에 돌려받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돈이다. 임대료까지 더하면 실제 부담금은 3.3㎡당 최고 2300만원에 달해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보증금이나 임대료가 싸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판교에서 공급된 10년 임대 민간 아파트는 160㎡(48.4평)짜리가 보증금 5억2000만원에 월 임대료 75만원이었다. 이 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5년 후에 분양받을지를 임차인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분양 전환 시점에 주변 아파트 시세가 하락한다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고 나서 분양 전환을 포기하면 되고, 집값이 많이 오르면 추가 비용을 내고 소유권을 이전하면 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격은 현재 주변 시세와 비슷하지만 5년 후 집값이 내려갔을 때 분양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라며 "그러나 이미 낸 월세는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