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세계경제 불안하다는데 한국 IT기업들 선전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한국 IT(정보기술)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8일 올 2분기에 이어 1조원대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삼성SDI 같은 IT부품 회사도 스마트폰·태블릿PC 부품수요 증가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달 초 4조8000억원 안팎의 3분기 이익을 올렸다고 잠정 발표한 삼성전자는 29일 확정치를 공개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이 늦었던 LG전자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스마트폰 등장에 맞춰 대규모 망(網) 투자를 한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 1조원 또 돌파한 하이닉스

28일 쏟아진 IT기업들의 실적발표 가운데 백미(白眉)는 하이닉스반도체였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2500억원, 영업이익 1조1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383％ 증가한 성적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1％에 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하반기 이후 주력 상품인 D램 가격이 하락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수치다. PC용 D램 가격의 경우, 전분기 대비 9％, 낸드플래시는 23％ 하락했다.

실제 대만의 경쟁 D램업체인 이노테라와 난야는 올 3분기에 각각 23.3억대만달러(약 853억원), 13.9억대만달러(509억원)씩 영업적자를 봤다. 파워칩은 32억대만달러(11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익률은 13%였다.

하이닉스는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이 "차별화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PC용 D램에 비해 가격변동성이 덜한 모바일·그래픽·서버용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3분기에 D램 매출의 60％ 수준까지 확대했다는 것.

원가경쟁력도 개선됐다. D램의 경우 하이닉스 주력 상품인 40나노급 제품의 비중을 3분기 말 기준으로 30％로 증가시켰으며 올해 말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차세대 30나노급 제품의 개발도 올해 안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위원은 "4분기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7700억원(영업이익) 수준으로 감소하겠지만 대형 IT 기업들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7일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IT부품업체 삼성SDI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 성장에 따른 2차전지 사업부문의 호조로 영업이익 1238억원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전분기에 비해 48%나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때문에 고전한 LG전자

LG전자는 올 3분기에 매출 13조4291억원, 영업손실 1852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가 분기적자를 낸 것은 본사와 해외법인을 합산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7년 1분기 후 처음이다.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한 탓에 휴대폰 부문에서만 3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적자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나마 휴대폰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에서 예상보다 선전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와 가전을 담당한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는 각각 1229억원, 6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도 '스마트폰' 여파로 주춤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51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매출은 3조1807억원으로 4.1% 증가했다.

SK텔레콤의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였다.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 수가 9월 말 현재 543만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 정도 늘어나면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역시 스마트폰에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통신 전용 이동통신망(3G망)과 와이파이망을 추가로 구축하면서 투자지출이 작년 동기 대비 69.3% 늘어난 4873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NHN은 게임부문의 부진으로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8분기 만에 처음으로 지난 분기 대비 하락한 실적을 나타냈다. 매출액(3678억원)은 3.6％, 영업이익(1473억원)은 2.9％ 감소했다. 게임 매출액이 4.3% 줄어든 1058억원을 기록했다. NHN은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닐슨 자료에 의하면 9월 말 기준 네이버재팬의 월간 순 방문자 수(UV)는 530만명으로 전달 대비 50％ 성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