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 간 장애인 밴드

"꿈이 보일 거야, 꿈이 보일 거야. 그렇게 더 세상을 향해 나아가면 돼~."

29일 경기 의왕시 계원디자인예술대 우경예술관에서는 경쾌한 건반 소리, 잔잔한 비트음이 2시간 내내 흘러나왔다. 장내를 채운 200여명의 대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 대학 가을축제의 공연 행사로 연주에 한창인 '아이소리' 밴드의 11명 단원 중에는 7명이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소속의 장애인 밴드 '밀키웨이'가 이 대학 밴드 '소리난사'와 합동 공연 중이었다. 장애인이다 보니 연주방식이 조금은 달랐다. 한 명의 드러머가 7~8개 악기를 치는 게 아니라 조미옥(23)·송형배(20)씨와 박현민(17)군이 각각 심벌즈, 큰북, 작은북을 하나씩 맡아 연주하면서 드럼의 역할을 해낸다. 키보드도 한 명이 아니라 오수연(25)씨와 김예지(23)씨 두 명이 나눠서 연주했다.

"혼자서 드럼을 치기는 힘들죠.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면 불가능하진 않아요. 세상도 그렇게 살아야죠." 드럼을 맡은 송형배는 자작곡인 '꿈이 보일 거야'를 연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계원예대 총학생회가 파라다이스복지재단과 공동 주최 형식으로 열었다. 젊음을 잔뜩 발산하는 대학 축제에 이왕이면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의미'를 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키보드를 맡은 예지양의 어머니 안현자(52)씨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생들과 어울려 축제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눈물을 훔쳤다. 앞서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홀트 사물놀이패와 유명 비보이팀 '갬블러 크루'의 합공 공연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