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정부는 왜 독립운동가 후손 찾지 않나"

이들은 민간단체인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 초청으로 지난 25일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고려인 동포들이 "죽기 전에 모국 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간청하자 이 단체가 방한을 도왔다.

김알라씨는 일제강점기 때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洪範圖·1868~1943) 장군의 외손녀다. 홍범도 장군의 세 딸 중 막내딸 홍연식씨가 김씨의 어머니다. 김씨는 "외할아버지가 저를 매우 예뻐해서 1943년 10월 25일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한 살배기인 저를 안고 계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 2008년 "홍범도 장군의 후손이 맞느냐"고 찾아온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 관계자들을 만난 뒤에야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8세 때까지 같이 살았던 외할머니가 "너희 외할아버지는 왼손으로 곰을 죽일 정도로 용맹스러웠지. '뛰는 홍범도, 나는 홍범도'라고 불렸단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우상인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시자 동상까지 세웠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정부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독립유공자 유족에 대한 보상을 처음 알고 정부에 문의했다. 우리 정부는 "홍범도 장군 후손이 아직 보상을 받지 못했느냐"고 반문하며 "빨리 심사해서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와 함께 온 신나제즈다(78)씨는 독립운동가 신우여(申禹汝·1882~1923) 장군의 조카다. 신 장군은 19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신민단에 참여해 의병 활동을 했고, 1922년 한족공산당 우리동무군의 사령부장으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활약한 공으로 1999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신씨는 "우리 아버지가 8남매 중 막내였고 신 장군은 다섯째였다"며 "신 장군의 친손녀(신밀라)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홀로 살고 있는데 여행경비가 없어 연해주에 사는 내게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고 했다. 신씨는 "밀라에게 훈장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직계 후손이 아니면 신청할 수 없다는 (국가보훈처) 답변을 받았다"며 답답해했다.

신씨는 다섯 살이던 1937년 부모·형제와 신 장군 가족들과 함께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당시 고려인조합회 회장이었던 신씨의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가 4년 뒤 옥중에서 숨졌고, 그의 오빠는 이주 과정에서 전염병에 걸려 세상을 떴다고 한다. 신씨 가족과 신 장군 가족은 우즈베키스탄인 집에 얹혀살거나 땅굴 등을 전전하다가 1942년 연해주에 돌아와 정착했다.

그는 "신 장군이 독립운동을 하러 떠나면서 내 아버지에게 자식들을 잘 키워달라 부탁했다고 들었다"며 "어렵게 사는 조카에게 훈장을 전달하고 연금이라도 받게 해주는 게 내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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