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형석의 후아유] 배우 추자현_걸었던 길 허물고 허물어…끝없이 데뷔하는 그녀
입력 : 2010.10.30 03:03
"이전엔 캐릭터 표현에 급급이젠 뭔가 전달할 수 있어요'참을 수 없는'은 첫 영화인 셈"
모든 배우는 한 번 데뷔하지만 가끔은 여러 번 데뷔하는 배우를 만난다. 추자현. 서른한 살의 젊은 배우.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내 생각에 적어도 서너 번은 '데뷔'했다. 최근작 '참을 수 없는'도 그녀는 "일종의 데뷔"이며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한다.
추자현은 자신이 걸었던 길을 어느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고 정반대에서 다시 시작하는 배우다. 혹은 전혀 새로운 길의 출발점에 서 있을 때도 있다. 정작 자신은 '배우의 길'을 가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저는 연기자를 꿈꾸던 아이가 아니었어요.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서 방송에 데뷔한 거죠. 연기가 뭔지도 모른 채 탤런트가 됐고, 그러면서 청춘 드라마 찍고, 주인공의 막냇동생 역할도 맡으면서 아주 조금씩 연기를 알아간 거죠."
추자현은 자신이 걸었던 길을 어느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고 정반대에서 다시 시작하는 배우다. 혹은 전혀 새로운 길의 출발점에 서 있을 때도 있다. 정작 자신은 '배우의 길'을 가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저는 연기자를 꿈꾸던 아이가 아니었어요.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기획사에서 연락이 와서 방송에 데뷔한 거죠. 연기가 뭔지도 모른 채 탤런트가 됐고, 그러면서 청춘 드라마 찍고, 주인공의 막냇동생 역할도 맡으면서 아주 조금씩 연기를 알아간 거죠."
10대에 연기를 시작해 '카이스트'(2000)나 '명랑 소녀 성공기'(2002) 같은 드라마로 20대를 맞이한 추자현. 어렴풋이 배우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다양한 시도를 원했지만 이미 굳어진 발랄하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불편했다.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제가 조금 유별난 게, 괜히 생각이 많아요. 진지하고요.(웃음)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계속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지요. 딜레마였죠." 그때가 2004년. 스물다섯 살의 여배우는 꽤 심각했다.
이때 그녀에게 날아든 시나리오가 '사생결단'(2006)이다. "드라마는 ENG 카메라로 찍고, 영화는 필름 카메라로 찍는다" 정도의 영화지식이 전부였던 때였다. 그럼에도 인생 막장에서 허우적대는 마약 중독자인 지영이라는 인물은 그녀를 고민하고, 분석하고, 몰입하게 했다. 황정민·류승범 같은 배우들과 함께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설??다. 마음속에선 이런 소리가 있었다. '아, 내가 있을 곳은 여기구나.' 데뷔 10년차 배우는 그렇게 진짜로 데뷔했고 "그전엔 배우가 아니었다"고 단언하게 되었으며, 신인여우상과 여우조연상을 합쳐 다섯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또 하나의 데뷔였다. "한국에선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곳에선 저에 대해 그 어떤 선입견도 없는 거예요.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그릴 수 있는 백지인 거죠. 중국에서 별명이 '백설공주'였다니까요.(웃음)"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서의 작업은 추자현에게 무한한 자극을 주는 원천이다.
'미인도'(2008)에서 김홍도를 연모하는 기녀 설화, '실종'(2009)에서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 헤매는 현정 역시 '사생결단'의 지영 못지않은 강도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단지 캐릭터에만 관심이 갔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선택은 점점 인물이 지닌 감정의 깊이로 향했다. "예쁘게 메이크업을 해서 튀어 보이는 존재감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을 본 후에 그 배우가 연기했던 눈빛이나 말투 같은 것이 기억나는 존재감이 중요하죠. 내가 배우로서 뭔가 열심히 했는데 관객에게 아무 기억도 안 난다면, 생명이 없는 연기를 한 거니까요."
추자현의 데뷔작 목록은 계속된다. '저예산 영화 데뷔작'인 '실종' 현장에서 그녀는 적은 제작비 때문에 비어 보이는 화면을 배우가 채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배부른 상태에서 빵을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라면 힘들지만, 굶은 상태에선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정말 맛있게 먹게 되잖아요. '실종' 현장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 절실한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추자현은 '실종'의 경험이 없었다면 '참을 수 없는'이라는 저예산 영화에 그토록 열정을 갖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제 인생에 조금 발을 담근 것 같다"는 서른한 살의 나이. 이때 만난 '참을 수 없는'은 자신과도 꽤 많이 닮은 30대 초반의 싱글 여성 지흔을 통해 관객에게 감히 인생에 대해 말을 걸고 싶은 영화다. "이전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젠 뭔가 전달할 수 있는 게 생긴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은 제가 뭔가 알고 찍은 첫 영화인 셈이죠." 끝없이 데뷔하는 이 독특한 배우의 차기작이 아닌 '차기 데뷔작'이 궁금하다.
이때 그녀에게 날아든 시나리오가 '사생결단'(2006)이다. "드라마는 ENG 카메라로 찍고, 영화는 필름 카메라로 찍는다" 정도의 영화지식이 전부였던 때였다. 그럼에도 인생 막장에서 허우적대는 마약 중독자인 지영이라는 인물은 그녀를 고민하고, 분석하고, 몰입하게 했다. 황정민·류승범 같은 배우들과 함께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설??다. 마음속에선 이런 소리가 있었다. '아, 내가 있을 곳은 여기구나.' 데뷔 10년차 배우는 그렇게 진짜로 데뷔했고 "그전엔 배우가 아니었다"고 단언하게 되었으며, 신인여우상과 여우조연상을 합쳐 다섯 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또 하나의 데뷔였다. "한국에선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곳에선 저에 대해 그 어떤 선입견도 없는 거예요.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그릴 수 있는 백지인 거죠. 중국에서 별명이 '백설공주'였다니까요.(웃음)"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서의 작업은 추자현에게 무한한 자극을 주는 원천이다.
'미인도'(2008)에서 김홍도를 연모하는 기녀 설화, '실종'(2009)에서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 헤매는 현정 역시 '사생결단'의 지영 못지않은 강도의 캐릭터였다. 그러나 단지 캐릭터에만 관심이 갔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선택은 점점 인물이 지닌 감정의 깊이로 향했다. "예쁘게 메이크업을 해서 튀어 보이는 존재감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을 본 후에 그 배우가 연기했던 눈빛이나 말투 같은 것이 기억나는 존재감이 중요하죠. 내가 배우로서 뭔가 열심히 했는데 관객에게 아무 기억도 안 난다면, 생명이 없는 연기를 한 거니까요."
추자현의 데뷔작 목록은 계속된다. '저예산 영화 데뷔작'인 '실종' 현장에서 그녀는 적은 제작비 때문에 비어 보이는 화면을 배우가 채워야 한다는 걸 배웠다. "배부른 상태에서 빵을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라면 힘들지만, 굶은 상태에선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정말 맛있게 먹게 되잖아요. '실종' 현장이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 절실한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추자현은 '실종'의 경험이 없었다면 '참을 수 없는'이라는 저예산 영화에 그토록 열정을 갖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제 인생에 조금 발을 담근 것 같다"는 서른한 살의 나이. 이때 만난 '참을 수 없는'은 자신과도 꽤 많이 닮은 30대 초반의 싱글 여성 지흔을 통해 관객에게 감히 인생에 대해 말을 걸고 싶은 영화다. "이전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젠 뭔가 전달할 수 있는 게 생긴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은 제가 뭔가 알고 찍은 첫 영화인 셈이죠." 끝없이 데뷔하는 이 독특한 배우의 차기작이 아닌 '차기 데뷔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