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잘못된 길 달려왔던 소년원 아이들 "검사 아저씨와 마라톤 뛰며 용기 얻었어요"

고봉중학교(서울소년원) 학생들의 생애 첫 10㎞ 마라톤 참가에 이 검사가 동행했다. 학생들의 페이스 메이커로 나선 이 검사는 그들에게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이기도 하다. 검사생활 16년째인 이 검사는 10년 전부터 20~25세의 젊은 복역자 500여명을 상담해오다 지난 9월부터 이 학교 학생들을 만나 상담하고 있다. 이 검사는 "검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소년범이 좋지 않은 환경 탓에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알게 돼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검사가 학생들과 마라톤을 하겠다고 제안하자 학교(소년원)측도 "아이들을 가둬놓고 교육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찬성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이 검사에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다. 1년 전 다른 사람 물건을 훔쳐 이 학교에 들어간 이동국(가명·18)군은 "솔직히 처음에는 후원하는 사람이 검사라고 하니까 거부감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군은 "진심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검사님에게 끌리게 됐고, 지금은 모두가 '동네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군은 이 학교에서 마음을 잡으며 어릴 적 소질을 보였던 시를 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새가 되렵니다'라는 시로 진주산업대 총장상을 받았다. 이군이 "얼마 전 집에서 입양했다는 세 살배기 동생도 돌보고 싶고, 일반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시인도 되고 싶다"고 하자 이 검사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보자"고 조언했다.

이날 55분 만에 10㎞를 완주한 최고령 학생 김진혁(가명·20)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는 '동네 아저씨' 덕분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호흡을 같이하며 먼저 들어온 이 검사는 다시 다른 학생들이 뛰는 곳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격려했다.

연습 때 한 번도 완주하지 못했던 이준호(15·가명)군도 1시간 30여분 만에 결승점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100m 달리기 선수였다는 이군은 "짧게 빨리만 뛰어봤는데 이제는 긴 호흡으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흐르는 땀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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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 잘못된 길 달려왔던 소년원 아이들 "검사 아저씨와 마라톤 뛰며 용기 얻었어요"

입력 : 2010.11.01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