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黑 맹추격

〈제10보〉(141~167)=승부사들에게 준우승이란 영광일까, 좌절일까.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3명 중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은 동메달 수상자에 비해 대부분 훨씬 어둡다고 한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바둑계에도 잇단 준우승으로 힘들어했던 기사들이 꽤 많다. 본격 기전 우승 1회에 준우승은 여섯 번이나 됐던 안조영도 그 중 한 명. 하지만 2위라는 자리 또한 얼마나 빛나는 성취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141로 참고 1도 1, 3을 결행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자. 15까지 수는 나지만 대신 16까지 상변이 잡혀 손실이 훨씬 더 크다. 수순 중 백6은 유일무이한 급소. 16에 앞서 백A면 우변 여덟 점도 선수(先手)로 넘어간다. 148까지 일단락되면서 흑이 '약간 했다'는 중론.

그러나 형세는 아직도 백이 다소 편하다. 149, 151을 선수한 구리, 153으로 슬라이딩해 간다. 반상(盤上) 최대처. 뒤이은 156도 그 못지않게 컸다. 그렇다면 153으로 참고 2도 4까지 선수하면? 그러나 백6이 있어 성립하지 않는다. 164까지 이런 정도. 흑은 마침내 167로 좌하귀에서 준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