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新성장시대 열린다"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새로운 IT기기의 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메모리반도체 신성장'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메모리 분야에 집중, 세계 최고의 '메모리 전문회사'가 되겠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권오철(52) 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조선비즈닷컴과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메모리 분야는 생산기업이 5개로 줄어든 데다 기술장벽으로 인해 신규업체의 진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부터야말로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내년 상반기 중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과 관련, "시중에서는 인수기업으로 LG그룹이 자꾸 거론되지만 그쪽에서 일관되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가 자꾸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 3분기 사상 최대 순이익(1조600억원)을 낸 비결은.

"우리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공정 기술은 해외기업과 비교해 적어도 반년 이상 앞서 있고 생산성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모바일·그래픽·서버용 등 고부가·고품질 제품을 기반으로 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훌륭하다. 이 덕분에 PC용 메모리 가격(현물 기준)이 20% 이상 떨어졌는데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모바일 반도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덕분이다. 스마트폰이 연간 30~40%씩 성장을 하면서 모바일 반도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면서 '메모리 반도체 신성장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우리가 세계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의 경영 변수는.

"역시 환율이다. 우리 매출의 수출 비중이 95%인데 전부 달러로 결제한다. 내년 달러당 환율을 1100원으로 잡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내년 투자계획은. 비메모리반도체 투자를 확대할 생각은 없나.

"내년 투자는 올해 투자(3조4000억원)를 베이스로 두고 시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할 예정이다. 우리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메모리 전문회사가 됐고 앞으로도 메모리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 변화가 너무 심하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전 세계에 5곳뿐이다. 게다가 기술장벽과 엄청난 투자비 때문에 신규진입도 쉽지 않다. 앞으로야말로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당연히 경기 사이클 영향도 덜 받을 것이다."

―채권단에서 올해 안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사모펀드(PEF)를 통해 매각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현재 채권단은 15% 정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지배·소유 구조와 관련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한국적 문화를 감안하면 훌륭한 대주주가 장기적인 육성 의지를 갖고 충분한 지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주주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채권단에서 차선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생각을 못해봤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LG가 적격이라는 말이 많다.

"LG가 일관되게 '하이닉스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분들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할 것 같다. 과거 LG가 반도체사업을 했고 하이닉스와 인연이 있어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만 그분들이 지속적으로 부인하는데 계속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중국 우시 공장 법인장을 지냈는데 우시 공장의 경쟁력은 어떤가.

"본사와 거의 같은 수준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공장 덕분에 중국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한다. 또 우시 공장의 생산물량을 본사로 가져와서 다시 판매해 최소 마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익을 본사가 실현하는 구조다."

―기술유출 우려는 없나.

"메모리 제조공정은 400개나 되고 개발부터 양산까지 2년이 넘게 걸린다. 매년 기술이 바뀌고 공장 하나 건립하려면 50억달러가 들어간다. 이런 산업에서 기술을 훔쳐서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

권오철 사장은 1984년 현대그룹에 입사, 하이닉스 재무담당 임원, 전략기획실장, 중국 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리더십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