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총사(이창호·최철한·안조영), LG배 되찾아 올까

LG배가 중국 영토로 넘어간 지 벌써 3년째다. 재작년 이세돌이, 작년엔 이창호가 결승서 구리(古力)와 쿵제(孔杰)에게 패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때는 '한국 기사 전용대회'로까지 불리던 LG배가 어쩌다 중국의 놀이터로 변했을까.

제15회 LG배(조선일보사 주최) 8강전과 4강전이 8일부터 상하이(上海) 한국문화원서 열린다. 올해도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8강에 남은 기사 수가 한국 3명, 중국은 5명이다. 이창호(35) 최철한(25) 안조영(31)으로 구성된 '대륙 정벌단'은 과연 실지(失地) 탈환의 중책을 완수할 수 있을까.

정벌대장 역할을 맡을 사람은 역시 세계 제패만 21회에 이르는 이창호다. 2005년 이후 만 5년간 계속된 세계대회 9연속 준우승(마이너급인 2007년 중환배 제외) 사슬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 2004년 9회 이후 작년까지 6년간의 LG배에서 번번이 중국 기사들에게 발목을 잡혀 왔다는 사실도 투지를 불붙게 한다.

올해 대회 8강전 길목을 지키고 선 상대 역시 중국의 왕야오(王堯·27)다. 통합예선서 서봉수 이원영 루이나이웨이를, 본선서 박영훈 김지석을 꺾고 올라왔으니 '한국 기사 킬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혼 후 1주일 만에 첫 해외 원정에 나서는 이창호로선 무조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한국 3위 이창호와 중국 21위 왕야오는 이 바둑이 첫 대면이다.

최철한은 조선족 기사 퍄오원야오(朴文堯·22)를 상대로 4강을 다툰다. 최철한은 현재 이세돌에 이어 한국 랭킹 2위다. 10월 이창호를 3위로 밀어내고 둘이 자리바꿈했다. 1위 이세돌이 중도 탈락한 마당에 최철한의 책임은 막중하다. 최철한은 현역 세계타이틀 보유자(잉씨배)이고, 퍄오는 지난해 제4회 도요타덴소배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 최철한은 스위에(時越)와 장웨이지에(江維杰)를 제물로 개인 LG배 최고 성적인 8강 고지에 올라섰다. 가도 가도 중국 기사들의 숲과 만나는 셈. 현 중국 랭킹 10위인 퍄오와는 지금까지 두 차례 맞붙어 최철한이 2연승 중이다.

안조영은 멍타이링(孟泰齡·23)을 상대로 국제대회 개인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지금까지는 올해 초 제2회 비씨카드배 8강이 대표적 국제전 경력이었다. 이번 대회서 펑첸과 구리를 제치는 등 현재 6연승(통합예선 포함) 중이다. 특히 막강 전력의 구리를 올해 두 번 연속 꺾어 기세도 높다. 한국 랭킹 14위.

멍타이링 五단은 8강 멤버들 중 가장 덜 알려진 기사로 중국 신예대회서 한 번 우승한 것이 유일한 입상 성적이다. 하지만 본선 첫 판서 상승세의 허영호를 넘은 것을 보면 만만한 기사는 아니다. 자국 랭킹은 23위. 안조영과는 역시 첫 만남이다.

8강전 나머지 한 판은 쿵제(28) 대 후야오위(胡耀宇·28)의 중·중전으로 치러진다. 쿵제는 최근 삼성화재배 8강전서 중도 탈락, 2연패(連覇)가 좌절됐지만 그러고도 현역 세계 3관왕이다. LG배 2연속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 챔프(현 보유자)이기도 하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랭킹을 매겨도 1위로 꼽힌다.

후야오위 八단은 중국 18위. 그러나 동갑내기 쿵제와는 어린 시절부터 치열히 경쟁해온 라이벌 관계여서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본선에서 쿵제는 요다(依田紀基)와 목진석을, 후야오위는 이희성과 창하오(常昊)를 각각 따돌리고 8강에 입성했다.

LG배는 우승상금 2억5000만원에 1인당 3시간씩 주어지는 대표적인 정통 국제 기전. 8강전 승자 4명은 다시 추첨으로 상대를 결정한 뒤 10일 결승 진출권이 걸린 준결승을 치른다. 결승전(3번기)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판은 단판 승부다. 8명으로 좁혀진 올해 LG배, 그 맨 꼭대기에 이름이 새겨질 기사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