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인생인 제가 미국 변호사 됐어요"

"공부를 못해 서울의 명문대는 고사하고 지방대에 겨우 갔던 제가 미국에서 변호사로 큰 과정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북(北)버지니아에서 '워싱턴 로펌'을 운영하는 전종준 변호사는 스스로를 '2등 인생'이라고 말한다. 1970년대 예비고사에도 낙방했던 그는 지금도 친구들로부터 "돌대가리가 어떻게 변호사 됐느냐"는 말을 듣는다.

예비고사 낙방 후, 재수해서 지방대에 진학했던 그는 입학식날 백발 총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남이 안 하는 거 해봐." 그 말에 감전당한 듯 온몸이 뜨거워짐을 느끼고, 모든 노력을 다해 새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최고는 될 수 없어도 누구나 최선은 할 수 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해 최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으로 유학했다. 영어를 잘 못해 사법고시에 낙방했던 그는 미국에서도 영어 때문에 말로 다 못할 고생을 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인들과 함께 듣는 수업을 따라가려고 교과서를 반복해 읽고 또 읽어 다 외우다시피 했다. 수업시간에 억지로 숱한 질문을 하며 영어에 익숙해져 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치학 석사와 국제법 석사 학위를 받았고, 다시 로스쿨을 거쳐 미국 변호사가 됐다. 그는 "인생이 지금 당장은 어둡고 힘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어려웠던 그 자리가 바로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민법 전문변호사로 시작해 인권변호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부당한 비자발급 거부에 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시킨 적도 있다. 연방하원에 혼혈인에 대한 자동적 시민권 부여법안이 제출되도록 했고, 탈북자들의 영주권 획득을 위해서도 나서고 있다.

전 변호사는 이런 내용들을 담아 1일 책 '2등 해서 서러운 사람들, 남이 안 하는 거 해봐'를 냈다. 판매 수익금은 어려운 형편을 딛고 꿈을 향해 전진하는 이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