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반 집 승부

〈제12보〉(191~231)=구리는 95년 프로 입단 이후 자신이 둔 모든 기보를 빠짐없이 정리해 왔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꼭 800승째를 채웠던 지난 10월 5일 스스로 이 사실을 공개한 것. 진 바둑 357국을 포함해 통산 승률은 69.1%. 중국기원이 대국 기록을 집계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중한 자료임이 분명하다. 성실하기론 구리와 안조영은 호선(互先)급으로 보인다.

백이 △로 붙여갔을 때 191, 193은 패(覇)를 하자는 뜻. 팻감은 백이 불리하다. 참고1도 4까지를 상정하면 흑A가 워낙 좋아 194로 두텁게 처리했다(3…■). 숱한 양보와 잔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백이 앞선 상황에서 또 한 번 200이란 실책이 등장한다. 참고2도처럼 둘 곳. 흑도 201, 202 교환을 미룬 게 잘못이었지만 운 좋게 먼저 손이 갔다.

204는 정수. 참고3도 1로 먹여쳤다간 바둑이 그대로 끝난다. 209 시점에서 바둑은 아직도 최소 1집 반 백이 앞서 있다. 그러나 여기서 210이란 의문수가 또 터졌다. 210이 역끝내기 5집짜리이긴 해도 '가'가 더 크고 두텁다는 것. 211이 놓이자 '반집 설'이 나돌고 바둑은 마지막 절정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