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D-8… 광저우가 부른다!] 태권도 장경훈 "죽을지언정 지지 않고 金 바칠게요"

태릉선수촌에선 저마다 사연을 품고 메달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누구나 시상대 맨 위에 서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태권도 국가대표 장경훈(25·대구 수성구청)은 유독 금메달이 절실하다.

그는 두 달 전 하늘로 떠난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광저우로 떠난다. 장경훈과 어머니 고(故) 서정순씨는 각별한 모자(母子)지간이었다. 인천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아버지 장충권씨가 1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 뒤 어머니는 아버지 간병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생계는 할머니가 생선을 팔아 꾸려 나갔다. 힘든 형편이었지만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하는 아들이 뛰는 경기엔 빠지지 않고 관중석을 지켰다.

"자기 전에 어머니가 종종 얼굴에 팩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아버지가 아프시니까 어머니는 맏아들인 저에게 의지를 많이 하셨어요." 2007년 어렵게 가족을 뒷바라지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서럽게 울던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준 것도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올해 초 컴퓨터 학원에 나갔다. 아들과 이메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장경훈은 올 4월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하며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아들에게 어머니는 열심히 응원 이메일을 띄워 보냈다. "어머니는 광저우 행(行) 비행기 티켓을 미리 끊어 놓으셨어요. 생전 처음 여권을 만들고 설레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9월 18일 필리핀 전지훈련을 다녀온 아들에게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언제 집에 올 거니?" "일찍 못 갈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엄마는 산에 다녀올게. 저녁에 보자."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다음날 어머니는 충북 괴산의 군자산에서 발을 헛디뎌 유명을 달리했다. "처음엔 '내가 일찍 간다고 했으면 어머니가 산에 안 갔을 텐데'라는 자책에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자 아픈 아버지와 여동생이 눈에 들어왔어요."

실질적인 가장(家長)이 된 그는 장례식장에서도 의연함을 지키려 애썼다. 장례식을 치르고 4일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류병관 대표팀 감독은 "주장이란 책임감 때문인지 내색도 하지 않더라"며 "방황하는 시간만큼 어머니가 바라던 금메달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아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경훈의 좌우명은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지언정 지지 않는다)'다. 가슴에 새기고 있던 말인데 어머니가 떠나고 마음에 더 와 닿는 말이 됐다. 그는 태권도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17일 74㎏급에 나선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역할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납골당에 가서 어머니께 금메달을 보여 드려야죠. 그땐 정말 펑펑 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