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직업 사람들] 이상있는 화물 찾아내는 '바다의 검사'… 컨테이너 몰리면 34시간 연속 근무도

'바다의 검사'로 불리기도 하는 검수·검정사는 이처럼 수출입 화물의 상태 점검 및 수량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검수사와 검정사가 하는 일은 다르다. 검수사는 화물 수량·종류·상태 등을 확인한 뒤 선박회사와 화주측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세관에 신고한다. 검정사는 화물에 이상이 있거나 파손됐으면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만들어 화주·선박회사에 보낸다.

"때론 상대 국가 무역회사에서 '조사를 제대로 했나' '못 믿겠다'고 전화를 해옵니다. 그럴 때 화주·선박회사와 같이 원인을 재조사해 상대측이 잘못됐다는 점을 밝히기도 합니다." 장씨의 말이다.

범아검수에선 20~40대 검수·검정사 50~60명이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한다. 매일 2000~5만t짜리 선박 10~15척에서 각종 화물과 씨름한다. 원목·열대과일·자동차·의류·중장비 등 종류만 수천 가지다.

검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피드와 체력이다. 배가 입항하거나 출항하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한다. 이씨는 최근 하루 최대 800대의 컨테이너를 검수하며 3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검수 물량이 많아 출항 20분이 지나서까지 배 안에서 일을 마치고 구명보트를 타고 부랴부랴 항구로 돌아온 적도 있다"고 했다.

검정사들은 품목별로 검정 요령이 있다고 했다.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은 운송 도중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익었는지부터 살피고, 물엿 같은 액체는 샘플을 뽑아 성분검사를 한다. 정 팀장은 "한번은 소 100마리를 수입한 선박을 검사하는데 운송 도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아 101마리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수출하려는 원목 100세트 중 1세트가 항구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를 운송하는 화물기사가 낮잠을 잤기 때문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40여년간 검수일을 해왔다는 이상철(59)씨는 "20년 전 중장비를 검수하다가 기름 바닥에 미끄러져 쇄골이 부러지는 바람에 6개월간 입원했었다"며 "힘들어 그만두려 하다가도 '무역의 역군'이란 사명감에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검수검정협회에 따르면 인천항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하는 검수·검정사는 1700여명이다. 보통 업체에서 1년간 일한 뒤 국가에서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을 봐야 한다. 연봉은 2500만~3000만원 정도. 인천항만공사는 작년에 비해 올 9월까지 수출입 물동량이 7364t에서 7899t으로 500t가량 늘어나 검수·검정사들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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