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면서 과거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07~2008년을 즈음해서 연 6~7%대 고정금리로 돈을 빌렸는데, 최근 고정금리형 대출은 최저 연 5%, 변동형 대출은 연 3%대까지 떨어지면서 갈수록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으로 꼽히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이달부터 최저 연 5%(10년 만기)가 적용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 전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가 최고 연 7.6%를 찍었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2.6%포인트나 차이 나는 셈이다. 1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 차이만 260만원이다.
지난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주부 이모(38)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해서 비싼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오르긴커녕 쭉쭉 빠지고 집값마저 떨어지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속상해했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는 이씨처럼 비싸게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하소연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 전에 높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좀 더 이자가 싼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물론 기존 대출을 변동금리든 고정금리든 새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대출 잔액의 1~2%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종착역이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에 따라 유의해야 할 점도 달라진다.
만약 금리가 더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상 차이 날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고서라도 갈아타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이규진
주택금융공사 팀장은 "기존 대출상품과 금리 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현재 보유한 집을 3년 정도 팔 계획이 없다면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갈아타기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가령 지난 2008년에 돈을 빌려서 현재 연 7.6%짜리 고정금리 대출 조건이라면 1억원에 대한 1년치 이자는 760만원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고정금리 대출(연 5.2% 기준)로 갈아탄다면 1년치 이자는 520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1년 이상만 대출을 유지한다면 중도상환수수료(150만원)를 고려해도 금리 부담을 당장 첫해에만 연 90만원 덜 수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으로 받았던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바꿔 타는 것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지난달 G20 재무장관회의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어 금리 환경이 반전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장기 대출자의 경우 현 시점에서 섣불리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