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둥! 둥!… 이변의 북소리가 울린다

"맨땅에서 금메달 캐는 격"…훈련 또 훈련

국내 드래곤보트 동호인은 약 5만명에 몇몇 대회도 치러지지만,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드래곤보트 선수는 없다. 결국 방식이 비슷한 실업팀, 대학생 카누 선수로 대표팀을 꾸렸고, 전국체전 카누 부문 10년 연속 우승을 이끈 박규(42)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경기일까지 딱 5주. 그야말로 맨땅에서 금메달을 캐와야 하는 격이죠."

처음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필리핀과 중국 대표팀의 동영상을 보며 기술을 따라 해봤다.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3분 58초의 벽을 넘어서야 하지만, 이들의 첫 기록은 4분 10초. 금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맹렬한 훈련 외엔 답이 없었다. 감독은 코치진을 포함한 대표팀 전원에게 합숙을 명하고 주말 외박도 금지시켰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해도 '주말 외박'은 허락하는 게 일반적인 대표팀 룰. 박 감독은 "훈련만이 살길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표팀은 오전 6시 반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아침 식사 전 달리기로 워밍업을 한 후 오전·오후 수상 훈련을 한다. 수상 훈련 거리만 하루 30㎞. 오후 훈련이 끝나면 그날 촬영한 훈련 동영상을 보며 토론을 한다. 토론 후 밤 10시까지는 책상을 붙여 만든 '가상 보트'에 올라가 노를 젓는 훈련을 계속한다. 선수들이 "실미도에 왔다"고 말하게 만드는 고강도 훈련이다. 노를 한쪽으로만 저어 손목을 많이 쓰는 카누와 달리 드래곤보트는 2열 선수 모두가 노를 젓는 대신 허리와 어깨를 더 많이 쓰게 된다.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가 속출한다.

드래곤 보트… 들어본 적 있는가?
아시안게임을 불과 37일 남기고 이 종목 대표팀이 처음 꾸려졌다
선수들은 모두 카누선수 출신들 한 번도 이 배에 타 본 적이 없다
이들에게 내려진 특명 "금메달을 가져와라"

"실미도에 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서낙동강에 위치한 김해 카누경기장. 22명의 드래곤보트 국가대표팀이 '둥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한 몸처럼 물길을 가르고 있다. 이날 김해의 아침 기온은 8도. 선수들의 몸은 물로 뒤범벅되고 강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얇은 스판덱스 경기복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날씨였다.

중화권 민속놀이로 출발한 드래곤보트는 길이 11.6m, 너비 1.12m의 용(龍) 모양의 배에 22명이 올라타서 속도를 겨루는 경기. 20명이 2열 종대로 승선해 노를 젓고 뱃머리와 꼬리에는 박자를 맞추는 북잡이와 방향을 조절하는 키잡이가 배치된다. 12일 개막하는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드래곤보트에는 남녀 250m, 500m, 1000m에 총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 팀이 결성된 것은 경기를 5주 앞둔 지난달 12일. '급조(急造)'다. 선수단 규모(감독과 코치 포함 26명)가 큰 까닭에 대한체육회가 대표단 파견을 두고 고심하다 뒤늦게 결정했다. 일본과의 종합 2위 경쟁에 우위를 점할 종목이라는 판단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