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空襲사이렌

〈제1보〉(1~16)=전 세계 프로기사 수는 1000명 정도를 헤아린다. 그 중 국제대회를 누비는 기사는 톱클래스 수십 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특정 기사 두 명이 연속으로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같은 대회서 잇달아 마주친다는 건 더더욱 힘들다. 그러고 보면 최철한과 스위에(時越)는 모두가 주목할 만한 역사를 쌓아왔다. 2008년 제13회부터 이번 15회까지, 3년 연속 LG배에서만 마주 앉았다면 이게 어디 보통 인연인가.

5로 걸쳐만 놓고 7로 전개하는 포진도 요즘 '유행 상품' 중 하나다. 이런 배석(配石)에서 8의 협공은 다소 낯선 수. 프로대국 열 판이면 아홉 판은 10과 11 교환 후 '가'에 협공하고, 흑도 '나'로 역협공하는 그림이 익숙하다. 우변 건설에 야심을 지닌 흑은 9로 바짝 육박한 채 "도대체 어느 쪽이 곤마(困馬)냐?"고 일갈한다.

백도 이제는 흑의 근거 박탈을 위해 10이 시급하다. 14까지는 쌍방 이런 정도. 그러곤 15로 또 한 번 뛰었다. 15로 참고도 1에 붙여 넘자고 하는 것은 6까지 뜻대로 잘 안 된다. 16은 귀는 귀대로 챙기며 본격적으로 싸워 보자고 제안한 수. 일종의 선전포고다. 초반 탐색전도, 포석 설계도 없이 시작과 동시에 반상(盤上)에 공습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